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독일은 제조업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 4.0)’을 선도하는 나라다. 그 중심에 지멘스 SAP 페스토 독일인공지능연구소 아헨공대 등이 포진해 있다. 주로 대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이다. 그런 독일도 고민이 있다. 대기업은 앞서가는데 중소기업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독일에는 약 370만 개 기업이 있다. 이 중 중소기업이 전체 사업체 수의 99%, 종사자 수의 60%를 차지한다. 이들 중소기업 중 ‘디지털화’ 필요성을 인식하는 기업은 86%에 이르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전략을 갖고 있는 업체는 29%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의 효율적인 이행 수단 중 하나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지만 70%가 넘는 중소기업이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獨 중소기업 지원군 '이츠오울'

중소기업은 미래를 준비할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독일이나 마찬가지다. 설사 준비한다고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면에서 독일의 최근 움직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이츠오울(It’s OWL)’이다. 직역하면 ‘그것은 올빼미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동쪽 ‘리페’에 있는 기업·대학·연구소 등의 클러스터라는 의미다. 정식 명칭은 ‘Intelligent Technical Systems OstWestfalenLippe’다.
프랑크푸르트에서 300㎞ 정도 북쪽에 있는 이 지역엔 세계적인 공작기계업체 DMG모리, 명품 가전업체 밀레, 빌레펠트대, 프라운호퍼연구소 등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모여 있다. 이 중 170여 곳이 손잡고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연구하기 힘든 기술을 ‘협업’을 통해 집중 연구하고 있다. 사이버 물리시스템(CPS), 지능형 센서, 자동화 부품 등이다. 개발된 기술은 여러 중소기업에 제공한다. 이츠오울은 2016년까지 총 73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중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다. 이곳은 ‘독일 첨단기술 클러스터 경진대회’에서 최고 클러스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협업 통해 '미래 먹거리' 찾아야

또 하나는 독일 연방정부의 ‘미텔슈탄트(중견·중소기업) 4.0’ 정책이다.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4차 산업혁명 정책이다. 2015년 6월 시작한 이 정책의 핵심은 중소기업이 시장성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와 지식, 테스트 시설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주요 사업은 ‘중소기업 4.0 역량센터’ 운영이다. 그해 9월부터 작년 11월까지 2년여 동안 총 24개의 역량센터와 에이전시를 개설했다.

독일 연방교육연구부는 대학과 연구소의 ‘테스트베드(시험 공간)’를 중소기업들이 활용토록 하고 있다. 작년 11월을 기준으로 이런 테스트베드가 전국에 56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지 4차 산업혁명을 스마트공장을 통한 ‘생산성 향상’ 관점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고민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래 먹거리를 어떻게 발굴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 관련 4차 산업혁명 정책도 스마트공장과 더불어 미래 먹거리 개발이라는 투트랙으로 방향을 틀 때가 됐다. 어쩌면 후자가 훨씬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인지 모른다. 해법은 산·학·연 협업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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