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2년 전부터 피부로 절감…소비 급감의 요인
젊은층 도쿄로 모여…지방엔 병원 문 닫고 기차편 줄어
로봇이나 AI 등 '무인경제' 관심…고령화 문제 해결엔 의문

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일본 인구 감소 10년… 초고령 사회의 그늘

지난주 일본 서남부 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2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이번 호우는 정부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할 만큼 피해가 심각해 정부와 언론이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망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70%라는 보도에서 일본 고령화의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 일본 인구는 2008년 최고치에 도달한 이후 10년째 감소세다. 감소세는 2년 전부터 더욱 가팔라졌다. 생산가능 인구도 줄어들면서 중소기업과 농업계가 힘들어하고 소비는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던 일본 경제가 인구의 역설에 갇힌 상황이다. 한국도 지금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일본은 반면교사가 될 것인지 궁금하다.

일본 서남부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의 대부분은 고령자였다. 이들 대부분은 자택에서 피해를 입었다. 호우특별경보가 내려졌지만 휴대폰 등을 갖고 있지 않아 소식을 듣지 못한 노인들이 부지기수였다. 자택 2층으로 올라갈 힘이 없어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의 하나인 히로시마현은 2차대전 이전부터 철강과 자동차 조선산업이 번창하던 곳이다. 일본의 산업 지형이 변하면서 지금은 공장이 사라지고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일본의 ‘러스트벨트’로 꼽힌다. 현재 히로시마현의 인구는 278만 명. 주민들의 30%가 65세 이상이다. 10년 전에 비해 인구가 5만 명 이상 줄어들었다.

물론 히로시마만이 아니다. 일본 인구는 2008년 최고치(1억2808만 명)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 7일 발표한 올해 초 일본 인구는 1억2520만9903명. 최고치보다 288만 명이 줄었다. 정작 인구가 급하게 줄어든 것은 2016년부터다. 이때부터 1년 반 사이에 163만 명이 감소했다. 이전 8년 동안 줄어든 115만 명보다 50만 명이나 많다. 한 해 100만 명이 감소하는 해가 곧 닥칠 것이라는 불안이 일본인들에게 스며드는 분위기다.

10년 동안 288만 명 줄어

더구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7484만 명으로 2008년 8276만 명보다 792만 명이 줄어들었다. 최고치의 10%가량이다. 노동력 감소도 역시 예상치보다 가팔라지고 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데도 실업률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치(5월 기준 2.2%)를 보이는 것은 이 같은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라는 견해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일본인들이 인구 감소에 위기의식과 절박감을 체감하기 시작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지난해부터 인구 증발 충격에 대한 서적들이 대거 출간되고 있다. 일본인들의 절박감은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고 경제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지난 1분기 일본 민간소비는 0.1% 줄어들었다. 2분기 역시 크게 늘어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올해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일본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도 1%다. 개인 소비가 줄고 기업 설비 투자 등 내수가 부진한 것이 성장률 하향 조정의 이유다. 청년실업률이 갈수록 떨어지지만 청년층의 소비가 줄어든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더불어 ‘밤문화’가 사라진 것도 소비 위축을 크게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일본 청년층은 10년 전에 비해 소비성향이 10%포인트 이상 줄어들었다고 한다. 일본 젊은이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빠져 소비가 줄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손 부족보다 오히려 ‘시장 부족’이 빨리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업률 떨어지지만 소비는 감소
대학들도 수요 계층인 학생이 없어 난리다. 입학정원 충족률이 100%인 학교는 1996년도에는 96.2%였지만 지난해는 60%밖에 되지 않았다. 이미 2015년 이후 10곳이 폐교됐다. 지방 병원들은 환자가 없어 문을 닫아 분만을 하지 못하는 병원도 나오고 있다. 기차편이 줄고 있고 노선이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동 수요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신규 일자리는 주로 복지나 돌봄분야에서 나온다. 신규 인력의 30%를 차지한다. 고령화사회에 따른 일자리 증가다. 일본 기업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도태를 두려워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경영자가 70세를 넘어 후계자를 키우지 않는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3분의 1이나 되는 127만 개에 달했다.

지금 상황을 방치한다면 2025년까지 10년간 650만 명의 고용과 220조원의 GDP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전국에서 연간 3만 건의 휴폐업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2040년께는 15개 현의 중소기업 수가 2015년 대비 4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1970년에 1025만 명의 농민이 있었지만 2017년에 182만 명으로 격감했다. 현재 인력의 3분의 2가 65세 이상이다.

중소기업·농업 인력 부족에 아우성

이런 와중에 니가타 등 10개 주요 도시도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자연적인 출산율 저하보다 도쿄에 인구를 뺏기고 있는 요인이 크다. 인구 감소사회로 접어들면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쿄로 향하는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의 인구 집중에 대한 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오히려 인구가 늘고 있다. 도쿄는 지난해 7만2000명이 늘어났다. 관광객까지 붐비면서 도시가 북적인다. 도쿄만 본다면 일본이 아주 역동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도쿄에 있는 대학의 정원을 더 이상 늘리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든다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산세 납부나 관리, 빈집 철거 등 비용이 많이 들어 오히려 상속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농업에선 무인 트랙터 보편화

최근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로봇과 인공지능(AI)사업에 관심이 뜨겁다. 농업에선 무인트랙터가 보편화되고 있고 무인파종기와 콤바인 등의 개발 소식도 들린다. 2012년께 완전무인 농기계가 나올 전망이라고 한다. 로봇과 사물인터넷(IoT)의 대두는 중소기업에 희소식이다. 일손 부족시대에 인력을 줄이고 생산 비용을 감소시킨다. 금융회사나 소매점 레스토랑 공장 등에서 무인화 작업이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무인화가 과연 인구 감소의 벽을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일본 경제의 패러다임이다. 일본 경제는 국내 수요가 56.6%로 절반을 넘는 구조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등 어려운 경제환경에서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내수가 기반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구조의 변화로 내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인구 감소가 가져다줄 일본의 경제 사회 패러다임 변화는 지금부터다. 한국도 2026년께 초고령사회에 접어든다. 출산율은 오히려 일본보다 가파르다. 한국도 인구 감소로 일본과 같은 ‘내수 약화’란 경로를 걸을지 주목된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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