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관세 역풍에 원가 급등
삼성·LG보다 판매가 더 올라

결국 美 소비자에 부담 전가
수요 줄어들자 실적 뒷걸음질
주가 연초보다 15% 하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관세 폭탄’으로 반사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 월풀이 오히려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 가격이 급등해 소비자 피해도 커지고 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미 경제에 피해만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이 월풀에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풀의 예상치 못한 고전

월풀은 삼성과 LG 세탁기가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약진하자 2012년부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미 정부에 줄기차게 요청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3일 수입 세탁기에 대해 앞으로 3년간 연간 120만 대까지는 16~20%, 이를 넘는 물량에는 40~5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마크 비처 월풀 최고경영자(CEO)는 1월 콘퍼런스콜에서 “의심할 여지 없이 긍정적인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월풀 주가는 4% 급등했다. 하지만 수입 세탁기에 고율 관세가 부과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 월풀의 주가는 연초보다 15%가량 하락했다. 미 정부가 세탁기에 이어 수입 철강 제품에도 관세를 매기면서 월풀의 원가도 증가했고 세탁기 가격이 오르면서 미국 내 시장 수요도 줄어든 탓이다.

월풀의 고전은 지난 1분기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1분기 순이익은 법인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6400만달러(약 721억원)나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에도 별 변화가 없다. 지난 4월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탁기값을 8%가량 인상했지만 월풀, GM 등도 강판 등 원재료값 상승을 반영해 덩달아 제품 가격을 올려서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관계자는 “관세 부과에도 상반기 미국 내 세탁기 판매는 큰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월풀은 지난해 미 무역대표부(USTR)에 세이프가드 관세가 부과되면 오하이오주 공장에 3교대 근무를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WSJ는 “현재까지 월풀 공장에서 3교대 근무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되레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며 직원들이 걱정한다”고 전했다.

◆보호무역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

관세 부과는 세탁기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미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건조 기능을 갖춘 세탁기 가격은 지난 3개월 새 20% 올랐다. 월풀 등 미국 업체는 철강 등 원자재값 상승의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외국 기업은 20%에 달하는 추가 관세 탓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데이터분석업체 싱크넘에 따르면 월풀의 저가형 모델은 1월 329달러에서 6월 429달러로 판매가가 30.4%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 제품은 494달러에서 582달러로 17.8%, LG전자 제품은 629달러에서 703달러로 11.8% 오르는 데 그쳤다. 값이 오르자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리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미국 내 세탁기 출하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18%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가전 제품뿐만 아니라 가전에 들어가는 부품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월풀에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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