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현실화에도 美 경제 '순항'
惡영향 나타나는 데 시간 걸릴 뿐
생산성 저하, 통화정책으로 못 막아

배리 아이컨그린 < 美 UC버클리 교수 >

허풍에 그칠 것 같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이 현실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초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한 관세는 실질적인 경제적 영향보다 상징적 의미가 컸다. 관세 부과 규모는 45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미국이 더 이상 세계 무역 시스템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 6일 34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부과한 25% 관세가 효력을 발휘하면서 중국도 이에 상응하는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무역대표부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4000억달러 이상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목록을 작성하라고 명령했다. 중국도 보복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런 긴장 고조에도 경제 타격이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미스터리다. 미국 경제는 순항 중이다.

지난달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또 상승했다. 월가는 동요하고 있지만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제정 당시의 충격과는 거리가 멀다. 신흥국들은 자본 유출과 통화 약세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는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이 더 크다.

세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 구매관리자와 주식투자자들이 아직은 “결국은 이성적 판단을 할 것”이란 기대에 판돈을 걸고 있을 수 있다. 그들은 트럼프의 위협이 엄포를 놓는 것에 그치길 바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발언이 그의 지지층 사이에선 인기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유권자 중 66%가 트럼프의 대(對)중국 관세 부과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대통령선거에서 보호무역주의자들은 “다른 국가들이 더 이상 미국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트럼프에게 표를 줬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가 공약을 이행하길 기대하고 트럼프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둘째, 시장에선 트럼프가 공언하는 대로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쉽게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다른 국가들이 물러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캐나다도 120억달러 상당의 미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EU도 미국이 픽업트럭과 밴에 매기는 관세를 없애는 등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경우에만 자동차 관세 인하를 고려할 것이다.

셋째, 미국의 수입 관세와 외국 정부의 보복 관세를 합쳐도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 미국 경제에서 수입 상품의 원가가 10% 인상돼도 물가는 한 번에 0.7% 오를 뿐이다.

수입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이른다. 관세율 10%에 15%를 곱하면 1.5%란 숫자를 얻게 된다. 중간재 수입 물가가 비싸지면서 성장이 둔화되더라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춤으로써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모델로는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투자 계획은 사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불확실성의 영향이 가시화되기까지 1년이 걸릴 수도 있다. 중간재에 과세하는 것은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역동적인 첨단산업에서 구식 제조업으로 자원을 이동시킴으로써 생산성을 저하하면서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Fed도 쉽게 상쇄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이 경제 및 재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놀라울 정도로 작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답은 그저 기다려보란 것이다.

ⓒProject Syndicate

정리=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