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따른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가 기업과 건물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부담 경감, 상가 임대료 인하, 인건비 인상과 연동한 하도급 납품가 인상 등이 대표적이다.

어제 열린 정부와 여당의 당정협의에서도 이런 방안들이 논의됐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추후 당정협의를 통해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정부가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올려놓고 부작용이 우려되자 애먼 기업 등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불복종’까지 선언하며 집단 반발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등(2년 새 29%)하는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그런데도 정부의 ‘해법’은 시장에 개입해 기업을 옥죄는 대증요법이 대부분이다. 노동계가 줄곧 주장해 온 이른바 대기업과 건물주 ‘갑질 척결’을 전가의 보도처럼 또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그제 편의점 등 6개 분야 81개 가맹본부의 불공정 거래 행위 감시 강화에 나선 것도 ‘기업 압박용’이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본질을 호도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중진들은 최근 들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혁신성장’ 성과를 내기 위해 은산분리 완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 규제개혁 입법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정부 정책이 기업 친화적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전후의 정부·여당 모습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삼성이 협력업체를 쥐어짜 세계 1위가 됐다”는 여당 원내대표의 반기업 발언에다 정부의 잇단 기업 비틀기는 기업친화적 환경과 거리가 멀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백 마디 말보다 명료한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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