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자동차산업
(3)·끝 - 車업계 관세폭탄 초비상

정부·업계, 美 설득 총력전
범정부 민관사절단 美로 파견
"수입차 관세 부당" 입장 표명키로

19일 상무부 공청회 참석
"현지 근로자도 피해" 강조할 듯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 26곳도
美 정부에 반대 의견서 제출

관세 현실화 땐 '도미노 타격'
5년간 對美 수출 662억달러 손실
부산·울산 등 일부 공장 문 닫을 수도
한국 자동차산업이 빈사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리한이 자금난을 못 이겨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곪아온 자동차·부품업체들의 고름이 밖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본지 7월13일자 A1, 5면 참조

한국 자동차산업은 ‘트럼프발(發) 관세폭탄’ 위기에도 맞닥뜨렸다.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20~25%가량의 고율 관세를 매긴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엄포’가 ‘현실’이 되면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5년간 자동차산업과 관련된 65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비상이 걸린 정부와 업계는 관세폭탄을 막기 위해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을 지난해보다 5.3% 올리고 연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며 7년째 ‘파업 투쟁’에 나섰다.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은 4조5464억원으로 전년보다 20.5% 급감했다.

美 공청회에 민관사절단 파견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9~20일 이틀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상무부 공청회를 앞두고 범정부 민관합동 사절단을 파견한다.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7일부터 27일까지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 정부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막기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본부장은 현대·기아자동차 등이 투자한 미국 주(州) 의원 및 통상 관련 상·하원 의원, 자동차 관련 단체 관계자 등도 따로 만나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부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결과를 훼손하는 조치라는 점을 부각할 방침”이라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자동차산업과 국가 안보에 전혀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집중적으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 공청회에는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가 정부 대표로 참석한다. 김용근 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차 사장, 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 등도 동행한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근로자 일부도 참석할 예정이다. 고율의 관세 부과가 현대차 미국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도 직·간접적 피해를 줄 것이라는 사실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앞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미국에서 3만 명 규모의 직접 고용을 창출하는 등 미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상무부에 냈다. 현대차도 의견서를 통해 수입 부품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비용이 연간 약 10% 늘어나고, 판매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미국 내 고용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만도, 대원, 한화첨단소재 등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 26개사와 현지 딜러협의회도 성명서를 통해 관세 부과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국내 車산업 공동화 우려”

미국의 관세폭탄이 현실화되면 한국 자동차 및 부품업계의 생존 기반 자체가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국이 한국 자동차업계의 최대 수출 시장이기 때문이다. 고율 관세를 맞으면 우선 연간 85만 대에 달하는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길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 금액으로 따지면 145억2721만달러(약 15조550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30만6935대)와 기아차(28만4070대), 한국GM(13만1112대), 르노삼성자동차(12만3202대) 등의 대미 수출 비중은 30~70%에 달한다. 미국 수출이 급감하면 회사 전체가 휘청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품사들의 경영난은 더 심각해질 공산이 크다. 수출 납품 물량이 줄어들면 공장가동률이 떨어지고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부산(르노삼성) 울산(현대차) 광주(기아차) 부평·창원(한국GM) 등의 지역경제 기반이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가 최근 ‘통상압력과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기’ 보고서를 통해 추산한 경제적 파장은 충격적이다. 최 교수는 미국의 수입차 관세가 1%포인트 높아지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1.23%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이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물리면 2019~2023년 5년 동안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누적 손실액은 661억7700만달러(약 74조6608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일자리 손실은 64만6016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완성차업체들이 고율 관세를 피하려면 국내 생산을 줄이고 미국 공장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국내 자동차 산업 공동화(空洞化)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창민/조재길/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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