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직장인 食문화

퇴근시간내 일 마치려고
간편식 등으로 점심 때워
스타벅스·CU 식품 매출 ↑
회식 줄며 외식업계 '타격'

서울에 사는 11년차 직장인 신지은 씨(35)는 이달 들어 1주일에 세 번 이상 점심을 커피와 샌드위치로 해결했다. 퇴근길에는 남편과 집 근처 마트에서 만나 장을 보고 함께 요리한다. 이달 들어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직장인들의 식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편의점 간편식 매출 30% 증가

편의점 CU가 이달 2일부터 11일까지 사무실 밀집 지역인 서울 중구·종로구·강남구 44개 점포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점심시간 간편식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최대 30% 이상 증가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 도시락 매출은 28.9% 증가했고, 라면 매출은 32.5% 늘었다. 점심 끼니 해결에 좋은 샌드위치(22.5%)와 빵(21.7%) 매출도 20% 이상 늘었고, 커피음료 매출도 20.8% 증가했다.

커피 전문점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스타벅스의 샌드위치 등 푸드 매출은 이달 들어 전월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낮 12시에서 오후 2시 사이 커피 테이크아웃 비율도 평균 15% 이상 높아졌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서울의 사무실 밀집지역에 있는 스타벅스 강남삼성타운점이나 강남R점 등에서는 식사대용 푸드 판매 비율이 전달 동기 대비 20%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퇴근 후 저녁시간대의 편의점 간편식 매출도 늘었다. CU의 서울 시내 오피스 밀집 지역 점포 44곳에서 오후 5~7시 도시락 매출은 이달 들어 전월 동기 대비 14.5% 늘었다. CU 관계자는 “퇴근 후 운동, 학원 등 개인 취미활동을 가기 전에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쌀 잘 팔리고 외식업체는 ‘울상’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여유가 생기면서 외식 소비는 줄고, 식재료나 가정간편식(HMR) 소비는 늘고 있다. G마켓이 지난 1~9일 주요 신선식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쌀, 현미, 김치, 소고기 등 식재료 매출이 크게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쌀은 24%, 현미는 72%, 김치는 36%, 수입 소고기와 국내산 돼지고기는 각각 88%, 59% 매출이 늘었다. 국물을 우리는 데 쓰는 다시팩 매출은 192%, 떡갈비는 236% 증가했다. 반면 레스토랑과 주요 외식업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식사용 쿠폰 매출은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다.

HMR 업체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햇반 매출은 2014년 1800억원에서 올해는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밥과 국·소스 등이 한 패키지에 담긴 ‘햇반컵반’은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어 올해 시장 규모 1500억원을 넘보고 있다.

부정청탁 금지법(김영란법)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침체에 빠져 있는 외식업계는 주 52시간제까지 겹쳐 3중고를 겪고 있다. 외식경기 지수는 1분기 69.45에서 2분기 68.98로 하락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 초과면 호전, 100 미만이면 둔화로 본다.

신사동에서 15년째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모씨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바닥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회사마다 회식마저 줄이면서 문을 닫게 생겼다”며 “업종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단체급식 업체들은 주 52시간제에 맞춰 변화하는 수요를 계산하느라 바빠졌다. 현대그린푸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점심용 단체급식 식자재 발주량이 약 7% 늘었다. 반면 저녁용은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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