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소송액 이전보다 1억弗 높여
구체적 피해액 근거 제시 안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한국 정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본격화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자신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다. 소송 근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법무부는 엘리엇이 지난 12일 ISD 중재신청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고 13일 밝혔다. 엘리엇은 올 4월 한국 정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하고 ISD 제기 의사를 밝혔다. 중재의향서 제출 후 90일이 지나야 본격적인 ISD를 제기할 수 있다. 90일간 정부와 엘리엇 간 협상은 불발됐다.

엘리엇이 주장한 피해액은 최소 7억7000만달러(약 8000억원)다. 손해 산정의 구체적 기준은 밝히지 않았다. 중재의향서에서 엘리엇이 주장하던 피해액은 최소 6억7000만달러였는데 이번에 1억달러 늘었다. 6월8일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또한 한국 정부를 상대로 1800억원대 ISD 중재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관련 피청구액만 1조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ISD 소송은 세계은행 산하 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진행된다. 재판부가 있고 여기서 중재를 받는 것이 아니라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재판부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전문성을 갖춘 국제중재 변호사 중 양측이 합의해 재판부를 구성한다. 양측이 재판부 구성 합의에 실패하면 ICSID가 개입해 재판부를 구성한다. 정부는 법무법인 광장과 영국계 로펌 프레시필즈가 함께 대리한다. 프레시필즈는 ISD 분야 세계 최고의 전문 로펌 중 하나로 꼽힌다.

공판이 시작되면 일반적인 민사소송 절차와 비슷하다. 서류를 통한 서면 진술도 중요하지만 직접 변호사가 말로 변론하는 구두 변론 또한 중요한 절차다. ICSID에서 진행되는 사건의 34%는 이 과정에서 조정 등을 거쳐 마무리된다. 소송 절차는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ISD는 원칙상 단심제다. 중재 재판부가 뇌물을 받았거나 중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크게 오인하는 등 중대한 문제가 아닌 이상 결과는 번복되지 않는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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