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은 지난달 18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남북경협’ 세미나를 개최했다. 산업연구원 제공

한국은행이 12일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9%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고용 부진 등 경기 하강 요인이 쌓이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미·중 무역분쟁 확산으로 대외 불확실성도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기획재정부)를 제외하고는 올해 성장률이 3.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 곳은 거의 없게 됐습니다. 기재부 역시 성장률을 0.1%포인트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부분의 경제연구소는 일찌감치 성장률을 조정했습니다. 정부의 올해 목표 달성(성장률 3.0%)이 어렵다고 봤지요. LG경제연구원(2.8%) 한국경제연구원(2.8%) 현대경제연구원(2.8%) 한국금융연구원(2.8%) 한국개발연구원(2.9%) 골드만삭스(2.9%) 등 국책·민간 연구소들이 줄줄이 전망치를 낮췄습니다.

단 한 곳만 예외입니다. 바로 산업연구원입니다. 산업연구원은 여전히 “성장률 3.0% 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달 25일 ‘2018 하반기 경제산업전망’을 발표하면서 “소득여건 개선에 따른 소비 확대와 정부지출 확대에 힙입어 성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지요.

경제부처 내부에서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 부진을 초래했다”는 자기 반성이 나오는 마당에, 소득여건 개선이 성장률 지지의 배경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 겁니다.
산업연구원은 글로벌 통상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는 미·중간 무역 분쟁에 대해서도, 한국무역협회나 수출기업들의 체감 진단과는 동떨어진 견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미·중간 5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25% 상호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한국의 대중 수출은 0.19%, 대미 수출은 0.09% 감소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지요.

이는 현대경제연구원이나 무역협회가 예상한 200억~300억달러 규모의 수출 타격이 예상된다는 관측과는 큰 차이입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중순엔 ‘이례적인’ 긴급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제목은 ‘소득주도 성장과 남북 경협’이었죠.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소득주도 성장’과 ‘남북 경협’을 놓고,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서 토론한 겁니다. 물론 둘 다 우리 정부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이긴 했습니다만.

산업연구원은 산업 및 무역정책을 수립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1976년 설립된 국가 싱크탱크입니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확한 예측을 내놓아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때로는 정부에 ‘쓴소리’를 해야 합니다. 최근 일련의 사례들은 산업연구원의 독립성에 의문을 표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차장입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