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급금 일괄지급 요구 놓고
금감원·생보업계 정면 충돌
업계 일각선 '법적 대응' 목소리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에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고 하자 생보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은 약관에서 사업비를 뗀다는 것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지급금 지급은 당연하다고 결정했지만, 보험업계는 사업비를 떼고 운용한 뒤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것을 보험금 산출방법서에 명시한 만큼 금감원이 억지 해석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즉시연금 미지급금의 일괄지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금감원의 요구와 법무법인 법률 자문 결과 등을 두루 따져본 뒤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작년 11월 삼성생명과 지난달 한화생명에 대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지난 9일엔 윤석헌 금감원장이 “소비자 입장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즉시연금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일시 납부하면 다음달부터 매월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은 최초 사업비 등으로 뗀 금액을 만기까지 채워넣기 위해 매월 운용수익에서 일부를 공제한 뒤 연금을 지급했다. 이에 일부 가입자는 약정과 달리 덜 받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만기에 보험료 환급을 위해 다달이 연금 지급액에서 사업비 등을 뗀다는 것을 약관에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등 보험사들은 “약관에는 ‘보험금 산출방법서에 따라 지급한다’고 명시했고 산출방법서엔 사업비를 뗀다고 명확하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한화생명은 ‘한화생명 바로연금보험(무)’ 약관에 내용이 적혀 있다고 강조했다. 매월 연금 지급액은 ‘만기환급금을 고려한 금액’을 지급한다고 표현해 일부 공제 사실을 약관에 명기하고, 연금액 지급 예시표에서도 차감액을 뗀 연금월액을 지급 사례로 들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는 금감원이 즉시연금 전체에 일괄 구제 결정을 내린 데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일부 사례를 마치 전체 가입자 16만여 명에게 모두 불완전판매를 한 것처럼 해석해 일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산출방법서 내용을 가입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점도 보험사가 미지급금을 지급해야 하는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대법원이 기존에 ‘복잡한 연금계산식에 대해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한 만큼 산출방법서를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보험업계 일각에선 이번 즉시연금 논란에 대해 법적 해결을 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정환/강경민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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