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의혹' 놓고 갈등
금융위 "재감리" 경고장 날리자
사실상 '수정 명령' 받은 금감원
"검토해 보고 결정" 불쾌한 기색

금감원 '월권' 못마땅한 금융위
노동이사제 도입, 키코 재조사 등
최종구 vs 윤석헌 사사건건 마찰
금융당국 기싸움에 시장만 혼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가치를 고의로 부풀렸다는 금융감독원의 감리조치안에 대해 재감리 결정을 내리면서 두 금융당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뿐 아니라 근로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 키코(KIKO) 사건 재조사 등 다른 금융 현안에서도 뚜렷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두 금융당국의 이 같은 ‘힘겨루기’가 이어지면 금융회사와 소비자만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에 재감리 ‘명령’ 내린 금융위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부여한 주식청구권(콜옵션)을 고의로 공시 누락한 것으로 결론 냈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핵심인 자회사 회계기준 변경에 대해선 “위반 혐의를 밝히기 어렵다”며 금감원에 2012~2014년 회계처리에 대한 재감리를 요청했다. 증선위가 금감원 감리조치안에 재감리를 요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금융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선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변경을 고의 분식회계라고 주장해왔다. 이달 초엔 2012~2014년 회계처리에 대한 증선위의 수정 요청도 묵살했다. 윤 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증선위의 수정 요청과 달리 원안 고수가 금감원 입장”이라고 거부 방침을 밝혔다.

증선위의 재감리 요구에 금감원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13일 “증선위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증선위의 재감리 요구는 면밀히 검토해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해 증선위 요구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가 취소했다.
금감원 내부에선 증선위가 관련법을 거론하며 재감리를 요청한 것에 대해 불쾌하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12일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은 “외부감사법에 따라 금감원이 재감리를 한 뒤 결과를 보고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를 놓고 증선위의 ‘명령’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최 위원장은 지난 5월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이 분식회계 의혹을 전례없이 외부에 공개해 시장에 혼란과 충격을 줬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상급기관과 갈등 빚는 금감원

윤 원장이 지난 9일 금융혁신과제를 내놓으면서 두 금융당국 간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 노동이사제가 대표적이다. 윤 원장은 “근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견해가 경영에 반영돼야 한다”며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반면 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이사제는 도입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되는 만큼 방향성이 정해진 뒤 금융공공기관에 적용하면 될 것”이라고 신중한 견해를 내놨다.

금감원의 키코 재조사 방침도 금융위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말 “키코 사건은 대법원 판결이 다 끝났다”며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윤 원장은 지난 9일 “피해 기업 상담과 사실관계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최 위원장과 시각차를 드러냈다.

금융위는 윤 원장이 금융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내놓은 다른 금융혁신 과제에 대해서도 못마땅해하고 있다. 윤 원장이 내놓은 금융혁신 과제의 상당수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2000만원 이하 소액분쟁에 대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금융사가 수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과제나 채무취약계층 상환 부담 완화 등의 과제는 법령 개정 권한이 있는 금융위가 결정할 사안이다. 이렇다 보니 감독 업무에 매진해야 할 금감원이 금융정책까지 관여하면서 상급기관인 금융위의 권한을 침범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금융사 임원은 “각종 현안에 대해 두 금융당국 수장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다 보니 금융사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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