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LG-유플러스 부회장 자리 맞바꿔

정기인사 4개월 앞두고 이례적
재무에 밝은 권 부회장에게
계열사 전반 경영관리 맡겨

구 회장은 新사업 발굴에 집중
“LG답지 않은 파격.”

하현회 (주)LG 부회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사진)의 자리를 맞바꾸기로 한 12일 인사 방침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이같이 표현했다. 안정을 중요시하는 LG그룹의 기존 경영 스타일을 감안할 때 구광모 LG 회장 취임 13일 만에 부회장급 최고경영자(CEO) 두 사람의 거취를 바꾼 것은 이례적이다. 정기 인사가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파격적인 조치의 이면을 이해하려면 LG그룹에서 (주)LG가 갖는 위상을 살펴봐야 한다. (주)LG는 임직원 150여 명의 작은 조직이지만 법적인 지위를 보장받는 지주사로서 72개 LG 계열사의 경영을 살피고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매년 두 차례 사업보고회를 통해 경영 상황도 보고받는다. 아울러 계열사들이 역량을 모아 함께 추진해야 할 신사업을 선정한다. 이 같은 (주)LG를 이끄는 CEO는 LG그룹의 총수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인물이다. 계열사 전반의 경영 이슈에 대해 폭넓은 식견을 갖춰야 하고 새로운 기술과 시장 트렌드의 이해도 깊어야 한다.

(주)LG CEO의 전격 교체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선 구 회장이 그룹 경영과 관련해 내린 첫 번째 결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영을 조기에 안착시키기 위해 가장 적합한 인물을 발탁한 것이다. 4개월 뒤의 정기인사를 기다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권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사원 시절 재경 관련 업무를 가장 오래했다. 상무와 부사장,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LG전자 재경팀에서였다. 이를 두고 변화가 큰 시기에 재무적 안정성을 가장 우선에 놓는 LG그룹의 전통적인 경영 스타일이 다시 한번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그는 LG디스플레이 CEO, LG화학 전지사업부장, LG유플러스 CEO 등을 역임해 현장 경영 경험이 풍부한 야전사령관으로도 불린다. 이런 경험으로 구 회장을 보필하는 데 최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인사로 일상적인 계열사 경영 감독은 재무에 밝은 권 부회장에게 맡기고 구 회장은 신사업 발굴 등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 부회장은 최근 손실을 입고 있는 LG디스플레이와 LG하우시스 등의 재무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인수합병(M&A)과 신사업에 나설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는 노력도 병행할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구 회장은 자동차 부품과 로봇, 인공지능(AI) 등 신사업과 관련된 그룹 차원의 로드맵을 그리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말 퇴진이 확정된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계열 분리 과정에서 권 부회장이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른 해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들의 권익이 높아진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계열분리는 어렵다”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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