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후기 올릴테니 음식·치료 공짜로 해달라"

개업 자영업자에 특히 심해
악의적 글에 폐업 사례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응해

한 번 글 오르면 속수무책
폐쇄적 운영…반박도 힘들어
'변질됐다' 탈퇴 엄마도 생겨
“개업한 지 얼마 안 됐으니 한번 ‘견학’할게요.”

석 달 전 서울 성동구에서 개업한 한 치과 원장은 “좋은 후기를 올려주겠다”며 공짜 진료를 요구하는 맘카페 회원들의 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는 “맘카페에 밉보이면 지역 장사를 접어야 할 수도 있어서 웬만한 요구는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지역 내 주부끼리의 정보 공유를 위해 개설된 맘카페를 ‘갑질’에 활용하는 사례가 심심찮아 골목상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지적이다.

◆골목상권 괴롭히는 맘카페 ‘갑질’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 2만5000여 개 맘카페가 활동 중이다. 작게는 아파트 단지, 크게는 시·도 및 전국 단위 모임으로 구성되며 카페별 회원 수도 많게는 수만 명에 달한다. 맘카페에는 맛집, 부동산, 학원, 생활정보 등 지역 생활정보와 관련한 거의 모든 ‘꿀팁’이 올라온다. ‘이사 가면 동사무소 들르고 맘카페 가입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인기가 만만찮다.

하지만 영향력이 커지면서 동네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갑질’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3일에도 지역 맘카페에 한 여성이 “동네 태권도학원 차량이 난폭 운전을 했다”며 거짓 고발 글을 올렸다. 당시 운전한 학원 원장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반박 글과 함께 블랙박스 영상으로 해명했고, 이후 해당 여성이 ‘맘카페에 글을 쓰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드러나며 파장이 일었다.
악의적인 카페글 탓에 폐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12년 한 임신부가 전국 단위 맘카페에 “채선당 가맹점 종업원이 임신 6개월인 배를 걷어찼다”고 글을 썼다가 매출 감소로 폐업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경찰 수사 결과 이 임신부가 음식값을 계산하지 않으려고 버티며 오히려 종업원을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사건과 관계없는 다른 가맹점까지 매출 급감 사태를 겪었다.

◆“잘못된 정보도 한 번 퍼지면 속수무책”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들은 부당한 요구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축적된 지역정보가 적은 신도시 내 자영업자와 신규 개업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갑질이 특히 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페에 잘못된 정보가 올라가도 점포 주인은 해명이나 반박이 쉽지 않다. 대부분의 카페가 가입 시 실명과 동·호수 주소를 기입해야 하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반박 글을 쓸 권한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명예훼손이나 전기통신기본법 위반(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거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커 대부분 포기한다. 한 자영업자는 “일단 글이 올라오면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내용이 급속도로 퍼진다”며 “카페 글이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걸 증명하기 힘들고 소송비도 부담”이라고 전했다.

경기 화성으로 최근 이사한 이모씨(33)는 “별생각 없이 동네 카페에 가입했다가 주변에서 맘카페를 이상하게 얘기해 그냥 탈퇴했다”며 “블로그로 협찬을 요구하는 ‘블로거지’처럼 맘카페를 무기 삼는 사람들 때문에 선량한 회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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