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국회에는 ‘윤리특별위원회’라는 상임위원회가 있다. 홈페이지에는 “국회 스스로 권위를 유지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회상을 정립한다”고 설립 근거까지 명시돼 있다. 법안을 심사하는 기능은 없지만 국회 자체적으로 의원 징계를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국회는 그러나 지난 10일 원구성 협상을 통해 윤리위를 상설에서 비상설 위원회로 변경해 위상을 깎아 버렸다. 가뜩이나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윤리위가 아예 폐기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교육위와 문화체육관광위로 양분되면서 상임위원장 자리가 한 자리 늘어나는 바람에 쏟아진 ‘자리 늘리기’ 비판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게 여야 원내지도부의 변명이다.
하지만 왜 하필 윤리위가 ‘표적’이 됐는지를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윤리위원이 모두 현역 국회의원으로 구성돼 있어 어차피 동료 의원을 징계하기 어렵다는 ‘온정주의’가 작동한다는 것을 여야가 대놓고 인정한 꼴이다. 야권 관계자는 “어차피 잘 가동되지 않는 윤리위 위상을 깎아내린다고 해서 누가 시비를 걸겠느냐”고 속내를 드러냈다.

20대 국회 들어 윤리위가 소집된 횟수는 일곱 차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의원 징계가 아니라 ‘간사 선정’ 등 행정 절차를 위한 형식적 회의였다. 지난 18·19대 국회 때도 수십 건이 접수된 징계안 가운데 처리된 것은 각각 한 건에 그쳤다. 이번 국회에서는 2년여간 단 한 번도 징계 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관계자는 “검찰에서 법 위반으로 의원에게 수사가 들어와도 회기 중에는 불체포 특권을 누리는 마당에 동료 의원들이 형식적으로 하는 윤리위에 누가 겁을 내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제 머리 깎기’가 불가능한 윤리위에서 현역 의원들이 손을 떼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윤리위를 국회의장 직속기관으로 두거나 아예 독립시키고, 전원 외부 민간 인사로 위원을 채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하원은 윤리의원국 소속 심의위원 8명 전원이 민간인이다. 의원이 지켜야 하는 윤리규정집은 상·하원 각각 500여 쪽에 달한다. 한 장짜리 윤리규정만 있는 대한민국 국회가 의원들의 ‘군기’를 잡기엔 턱없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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