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완전 탈퇴 대신 관계 유지' 메이 총리 비판 관측…방위비·교역도 갈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이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국익 지상주의를 앞세운 '동맹국 때리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12∼15일(현지시간) 영국 방문 때 '하드 브렉시트(Brexit)'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수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1일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지배'하는 유럽연합(EU)에서 영국이 '독립'하기를 원한다는 것이 이들 소식통의 전언이다.

하드 브렉시트는 영국이 EU에서 완전히 탈퇴하는 것이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최근 영국이 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이 강하게 반발하며 사임하는 등 집권 보수당에 내홍에 휩싸였다.

메이 총리의 거취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전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브렉시트 지지자"라며 "그가 블레넘 궁 만찬 때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레넘 궁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출생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방문 첫날 이곳에서 메이 총리와 저녁 식사를 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방문 기간에 존슨 전 외무장관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그가 '하드 브렉시트' 지지 행보를 할 경우 안 그래도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메이 총리에게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영 정상회담에서는 브렉시트뿐만 아니라 양국 교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분담, 러시아, 중동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의 방위비 지출 규모를 비판할 수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국방비 지출 규모와 대미 무역흑자, 러시아와의 가스 사업을 문제 삼으며 독일을 '러시아의 포로'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리는 스스로 정책을 결정한다"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독일과 달리 영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방위비로 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이를 늘려야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빈 윌리엄슨 영국 국방장관이 대표적인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회원국 국방비 증액 요구에 동조해왔다.

윌리엄슨 장관은 지난 2월 "나는 GDP 2%를 상한선이 아닌 하한선으로 여겨왔다"며 "GDP 2%를 달성했다고 해서 전 세계에서 (미국의) 최고의 안보 파트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세에 몰린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가지를 부탁해야 하는 처지이다.

러시아에 맞서 나토의 단합을 강화해야 하는 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절실하다.

지난달 말 영국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된 남녀 2명 가운데 1명이 숨지면서 영국과 러시아의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노비촉은 1970∼1980년대 옛 소련에서 개발한 신경작용제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가 영국 땅에서 영국 시민의 죽음을 초래한 공격을 자행했다"고 비난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영국과 동맹국들의 보복 조치는 아직 없는 상태다.

지난 3월에는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야가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근처에서 노비촉에 중독돼 쓰러진 채 발견됐다.

메이 총리가 미·러시아 정상회담 때 '노비촉 공격' 문제를 제기해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에 이어 오는 16일 핀란드 헬싱키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난다.

메이 총리는 나토 정상들에게 민주주의와 나토의 이익을 훼손하는 러시아의 '악한 행동'을 저지할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으로 무역전쟁에 나선 가운데 영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면제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도 메이 총리의 과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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