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은 말썽 덮고 푸틴에 정통성 부여할 수도
"푸틴이 초짜 트럼프 제압"…'슈퍼파워' 행세할 기회까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그 자체로 승리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오는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에 대한 12일 해설기사에서 "트럼프와의 회담은 푸틴에게는 회담장에 앉기도 전에 이미 이긴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회담에서 획기적 성과가 도출될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없지만, 러시아에는 성과보다 개최 자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가 이번 정상회담을 미국이 러시아를 강호로 인정하고 러시아의 이익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데 따른 결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그간 서방으로부터 반쯤 버림받은 국가로 취급받으면서도 트럼프, 푸틴 대통령이 친분으로 양국관계의 급속한 악화를 막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정상회담을 오래 고대해왔다.

알렉세이 푸쉬코프 러시아 상원의원은 "정상회담 개최의 의미는 단 한 가지"라며 "갖은 히스테리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러시아를 고립시키거나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그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그걸 깨닫는 데 오래 걸렸지만, 종국에는 그렇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산적한 현안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풀릴 문제는 아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대한 서방의 불만, 우크라이나 내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의 비호, 러시아의 미국·유럽 선거개입 의혹, 2014년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때 러시아가 무기를 공급한 의혹, 러시아가 영국 내에서 이중간첩 출신 시민을 화학무기로 독살하려 한 정황이 그런 난제다.

이런 현안에 대한 푸틴 정권의 태도가 전혀 바뀌지 않았음에도 미국과의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러시아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정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분에 넘치는 정통성과 위상을 얻게 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외교부와 가까운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RIAC의 대표인 안드레이 코르투노프는 "푸틴은 벌써 승리했다"고 진단했다.

코르투노프는 "정상회담 개최 덕분에 푸틴은 러시아가 고립되지 않았고, 대단한 강호이며, 최소한 안보 분야에서는 특정 수준까지 미국과 위상이 대등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변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내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제압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푸틴 대통령이 18년 이상 국제무대를 누빈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에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공직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 저술가인 비탈리 트레트야코프는 정상회담이 합의된 날 러시아 국영방송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을 '국제정치 초짜'라고 불렀다.

트레트야코프는 푸틴 대통령이 그런 미숙한 미국 대통령에게 러시아식 사고방식과 크림반도 합병이 왜 정당한지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르게이 미로노프 러시아 상원의원도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험이 없는 트럼프에게 푸틴이 진짜 거장으로서 한 수 가르쳐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장소인 헬싱키도 푸틴 대통령이 정권유지 전략으로 애용하는 국수주의, 제국주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헬싱키는 러시아가 소비에트연방의 핵심으로서 과거 진짜 '슈퍼파워'일 때 미국과 담판을 짓던 중립지대로 러시아 고령자들에게 호소하는 바가 크다.

로이터 통신은 경제적으로는 중국, 인도, 유럽연합(EU)과의 관계가 러시아에 더 중요하지만, 러시아 정치인들은 자국의 하드파워(군사·경제력), 소프트파워(문화·예술 영향력)를 잴 때 미국과 비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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