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런치(마감을 앞두고 야근과 주말근무를 계속 하는 것)는 한국 게임업계에서 중요한 이슈다. 예전에는 24시간 라이브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게임업계 특성상 크런치가 당연시되던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주 52시간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조금씩 사라져가는 추세다.

미국 게임업계라고 다르지 않다. 최근 북미웹진 웨이포인트는 6월 미국에서 열린 게임쇼 E3에서 다양한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크런치에 대처하는 기업의 자세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이를 간추린 것이다.

북미게임산업협회 "지난 10년간 크런치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마이클 갤러거(Michael Gallagher) ESA(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 북미 게임산업협회) 회장

사실 임기 중에 크런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게임업계의 임금 수준은 매우 높고, 직원이 퇴사하고 싶을 때 쉽게 나갈 수 있으며, 새로운 기회가 풍부하다. 전국 곳곳에 게임회사가 퍼져 있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 또한 모두에게 열려 있다. 이런 조건들을 모두 고려해봤을 때, 게임업계 노동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고 기회가 많다. 그게 우리가 크런치에 대해 많이 고민하지 않았던 이유다. 사실 지난 10년간 게임업계에서 크런치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최근에는 경쟁적 이유나 문화적 이유로 크런치를 폐지하는 게임회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기회를 노려서 그런 회사에 들어가는 게 현명하다. 재능있는 인력은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모든 IT업계가 공통적으로 필요로 한다.

닌텐도 "고용인원을 늘려서 크런치 해결"

레지 필즈 에이메(Reggie Fils-Aimé) 닌텐도 아메리카 CEO

닌텐도 아메리카에 한해서 대답하겠다. 크런치는 여러가지 형태로 일어난다. 개발 크런치, 버그 체크 크런치, 이벤트 크런치 등이다. 우리는 계약직이나 대행사를 활용함으로써 이런 크런치를 해결한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원을 추가하는 것이다. 이게 우리의 접근 방식이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며칠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일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가족, 친구, 사생활을 포기하라고 강요하지 않으며, 건강에 좋지 않은 일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런 것은 우리의 접근 방식이 아니다.

돈노드 "크런치 없어도 게임 개발 가능"

라울 바벳(Raoul Barbet) 돈노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게임업계의 문제는 너무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열정페이만 받고도 일하겠다는 사람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만일 (열정페이를) 거절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 말고도 우리 팀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수백명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걸 악용하는 기업들이 있다.

나는 직장에서 밤새 야근하는 사람이 좋은 결과물을 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얻은 영감이 게임업계에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중요하다.

말은 쉽다고 하겠지만, 실제로도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좋은 주말을 보내는 편이 낫다. 실제로 우리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1' 팀은 크런치를 많이 겪지 않았다. 나는 크런치 없이도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아니라고 말하겠지만(웃음).

테크랜드 "가끔 일어나는 크런치라면 나쁘지 않아"

아드리안 치셰브스키(Adrian Ciszewski) 테크랜드 '다잉 라이트2' 책임 프로듀서

내 경험상 게임업계에서 크런치를 피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크런치가 그렇게 나쁜 문제는 아니다. 가끔 계획에 문제가 생기면 일을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개선이 이루어진다는 게 중요하다.

전체 과정에서 가끔만 발생한다는 전제 하에 크런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은 E3에서 이 데모 버전을 보여주기 위해 2~3주 동안 열심히 만들었다. 1년 내내 이렇게 한 게 아니다. E3나 출시일이 다가오면 크런치에 돌입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어차피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3달, 4달씩 주말 없이 크런치가 계속되는 회사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말이 안된다. 그건 초기 기획부터 잘못된 것이다.

매시브 "노동법 훌륭한 스웨덴으로 오라"

줄리앙 게라이티(Julian Gerighty) 매시브 엔터테인먼트 '디비전2' 디렉터

매시브는 스웨덴에 있는 회사다. 스웨덴의 노동법은 정말 노동자에게 친화적이다.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초과근무수당을 받는다. 이것은 나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해줬다. 내 생각에 스웨덴의 게임산업은 매우 밝다. 그래서 스웨덴 개발사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 일한다. 근무 시간 외에는 게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하거나, 친구와 놀거나, 영화를 본다.



서동민 한경닷컴 게임톡 기자 dmseo8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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