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도 트럼프 과잉비판에 우려 목소리

대서양 연안 서방의 핵심 지도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관계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던 두 사람 간 관계는 최근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거치면서 불화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물과 기름 격인 두 사람 간의 이질적 성향이 주요 정책에서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의회전문 사이트 더힐은 11일 두 사람 관계가 '더는 차가워질 수 없다'고 비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나토 회의에서 특유의 거친 험담으로 미국의 핵심 동맹이자 유럽의 사실상 지도국으로 간주하는 독일을 러시아의 포로라고 절하했다.

나토의 단합을 저해하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주독일 미 대사는 최근 독일 내정 간섭성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는 등 트럼프 행정부는 근래 내부적으로 정치적 곤경에 처한 메르켈 총리의 퇴진을 오히려 거들고 있는 형세이다.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전임 오바마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유난히 사람을 가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워싱턴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와 악수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인 2015년 시사주간 타임이 메르켈 총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자 '독일을 망친 인물을 선정했다'고 매도했다.

메르켈 총리실은 캐나다 G7 회의 후 트럼프 대통령과 대치하고 있는 메르켈 총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배포했다.

서방진영 내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을 상징하는 것으로 유명해진 사진이다.

정책 노선 면에서 두 사람은 커다란 간극을 보인다.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따라 독일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이민과 난민 등에 대해서도 강경정책을 펴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자유무역을 고수하는 한편 비록 국내적으로 반대에 직면하고 있지만 국경개방원칙을 선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후 트윗을 통해 메르켈 총리가 난민 유입을 허용한 후 독일 내 범죄가 10%나 증가했다고 잘못 주장하기도 했다.

'국방비 2%'에 대해서도 이견을 빚고 있다.

독일은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2%를 맞출려면 현재 국방비를 2배 이상 늘려야 한다.

따라서 오는 2024년까지 1.5%를 현실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국방비를 빠른 속도로 늘리기 어려운 데다 내부적으로 대연정에 참여하고 좌파 정당의 입장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틀랜틱 카운슬 유라시아 센터의 마크 시마코프스키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브뤼셀 방문을 독일과 같은 핵심 유럽동맹국들에 대한 무역전쟁의 전초전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과 독일 관계의 험난을 예고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적 태도는 미국내에서도 비판론이 적지 않다.

오랜 기간 독일을 주요 동맹국으로 유지해온 의회 내 분위기도 독일과의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이다.

상원 내 최연장자인 오린 해치 의원(공화, 유타)은 "메르켈 총리를 정말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메르켈 총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비난을 비판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공화, 테네시)도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독일과 같은 주요 동맹을 공개적으로 지목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코커 위원장은 독일을 비롯한 나토 동맹들에 '2%'를 강요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특히 동맹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수사를 비판했다.

보수계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국방전문가 짐 카라파노는 그러나 미국과 독일이 지난 1980년대 당시 레이건 대통령의 중거리 미사일 유럽 배치를 둘러싸고 어려운 시기가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국방비 논란으로 양국 관계 기초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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