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7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리스크가 커지고 수출 및 고용, 물가 등 경제지표가 부진하다는 점이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한은 금통위는 12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한 후 여덟달 째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시장에서도 한은의 금리 동결을 점쳤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채권시장 전문가 1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9%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대외 금리 역전폭 확대 부담이 금리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대내 경제지표 부진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경계감이 감소했다"고 봤다.

국내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분기 1.3%였고 2분기에는 1.5%를 기록했다. 6월에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1.2%로 떨어졌다. 목표치(연 2%)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고용사정이 악화되면서 물가하방 압력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 2월을 시작으로 취업자 증가는 20만명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취업자 증가는 전년 대비 7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자 수는 올해 2월부터 떨어진 뒤 최근에는 10만명선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수출, 물가 등 국내 경제지표들은 여러모로 금리인상에 불리한 여건을 형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6월 고용지표에서 취업자 수가 지난해 평균이자 애초 올해 목표였던 30만명의 절반인 15만명대로는 회복해야 금리 인상의 불씨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고용 안정'을 한은 목표에 추가하는 것을 거론하는 마당에 긴축을 시사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금리 인상은 4분기로 지연되고 연내 무산 가능성도 부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과 중국 양국은 지난 6일 상호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한국은 두 나라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아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중국 수입품의 10%(500억달러 규모)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액이 282억6000만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시장을 지배했던 연내 금리 상승 전망은 6월 무역전쟁을 거치면서 사라졌다"며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2회 인상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무색할 정도로 금리는 하락일로를 걷고 있어 현재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까지 시장에 나타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결정 후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한은은 1, 4, 7, 10월 금통위에서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한다면 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9%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다른 경제연구기관(KDI 2.9%·LG경제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 2.8%)에 비해 높은 편을 유지하고 있다.


채선희 /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