限韓令의 중국 대체할 인도시장
하위문화로서 한류 흐름도 뚜렷
연관 산업 진출·발전 동반되길

심두보 < 성신여대 교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

2014년 봄 독일인 인류학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자신은 박사논문 집필을 위해 인도에서 종교 관련 현지조사를 하고 있는데, 한국을 방문하게 된 김에 필자를 만나 전할 말이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쓴 한류 논문을 읽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1주일 후 서울에서 만난 그는 자신이 연구대상으로 삼은 인도 동북부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를 매우 좋아한다며 논문주제를 한류로 바꿔야 하나 고민스럽다고 했다. 이 독일인 학자의 눈에는 인도의 시골마을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이 신기했을 것이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국빈방문을 계기로 인도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인도는 우리에게 그리 친숙한 나라는 아니다. ‘발리우드’로 상징되는, 세계 최대의 영화 생산국인 인도의 영화는 최근에야 조금씩 극장가에서 상영되기 시작했을 뿐이다.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인도에 대한 지식도 단편적이다. 인도라고 하면 가난과 성차별, 엄격한 계급제도에 더해 해탈, 자기 수련과 내적 평화 같은 종교적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필자가 지난해 12월 인도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가한 것은 그 독일인 인류학자가 촉발한, 인도의 한류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마음도 작용했다. 내친 김에 학술대회가 끝난 뒤 뉴델리의 한국문화원과 세종학당을 방문해 인도의 한류에 대해 좀 더 알아봤다. 쇼핑몰과 대학가를 찾아 현지의 청년문화를 관찰했고 세 명의 한류 팬과 심층 인터뷰도 했다.

한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지금 인도에는 하위문화로서 한류가 흐르고 있다. 인도의 한류에서는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한류가 인도 내부의 지역성이라는 맥락 속에서 발전했다는 점이다. 즉, 인도의 한류는 중앙정부로부터 소외돼 있으며 종교·인종·언어·경제적으로 비주류인 동북부 지역에서 시작됐고, 한동안 이 지역에 국한됐다. 한국 드라마를 담은 비디오 CD는 2000년대 초중반에 이 지역에 흘러들어와 인기를 끌었다. 흔히 동북 7주로 불리는 이 지역에는 보통의 인도인과 달리 몽골리언의 생김새를 지닌 이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된장을 먹고 돼지고기를 식용한다. 이런 동북아시아적 문화코드에 더해 주류 문화로부터의 소외가 외래 한류문화의 수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다른 지역에서의 한류와 마찬가지로 세대성과 젠더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한국 대중문화는 전통적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 속 ‘약한 고리’인 젊은 층과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인도에서도 마찬가지로, 뉴델리 한국문화원의 분석에 따르면 인도의 한류 팬 중 90%가 10~20대 여성이다.

셋째, 콘텐츠 유입 시기의 혼재성을 찾아볼 수 있다. 2009년에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지난해 봄에야 TV에 방영돼 전국적 인기몰이를 했는가 하면, 다른 국가에서처럼 방탄소년단(BTS) 팬덤이 인도에서도 확인된다. 한류 확산 정도는 지역적으로 격차가 크지만 세계화의 동시성도 함께 발견되는 곳이 인도다.

인도는 곧잘 코끼리에 비유되곤 한다. 쉽게 몸을 움직이지 않지만 일단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하면 성큼성큼 먼 길을 힘차게 나아가는 코끼리처럼, 인도의 경제도 곧 도약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예측이 담겨있다. 현재 약 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인 인도는 2030년에 미·중과 함께 주요 3개국(G3)으로 도약하고, 2050년에는 중국과 함께 G2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이 완전히 거둬지지 않은 지금, 인도는 한국의 새로운 경제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류는 미디어산업의 경제효과뿐 아니라 화장품, 식음료, 관광 등 연관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해 왔다. 한류가 만개한 지역에서는 공공외교 사례들도 발견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인도 간 학술·문화·사회적 교류와 발전이 함께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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