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 집배원 근무시간 단축…외부 위탁집배원에 택배 물량 떠넘겨

근로기준법 적용 받지 않는 개인사업자 '특고 집배원'에 전가
"최약자에 부담 떠넘기나" 불만

노조 "단기간 인력 증원 힘들면 토요집배 없애 부담 줄여야"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형식상 개인사업자인 ‘특수고용직’ 위탁집배원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비정규직 집배원의 ‘토요 근무’를 폐지한 뒤 사업자 신분인 ‘특고’ 집배원들에게 토요 택배를 맡길 방침을 세우며 ‘노노갈등’이 커지는 모습이다. 근로조건을 개선한다더니 결국 ‘최약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 기관이 하청조직에 부담을 떠넘기는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근기법 적용 안 받는 약자에 책임 전가”

11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총 1만6000여 명의 집배 인력 가운데 2500여 명이 비정규직인 ‘상시계약집배원’으로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 한다. 우편업은 주 52시간 근로제의 예외 업종으로 분류돼 시행 시기가 내년 7월로 미뤄졌지만 우정사업본부 측은 우선 이들 상시계약집배원의 토요 근무를 면제했다.

그러면서 우정사업본부는 내년 7월까지 모든 토요 택배 물량을 외부에 위탁하기로 했다. 위탁집배원은 우정사업본부의 위탁업체로부터 다시 위탁을 받는 특수고용근로자다. 현행 고용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렇게 일하는 위탁집배원은 전국적으로 2190여 명에 달한다.

이미 서울 여의도, 광화문 일대와 경기 군포, 용인 수지, 성남 분당 등 총 68곳 우체국에서는 위탁 인력만으로 토요 택배를 처리하고 있다. 위탁집배원들의 반발은 거세다. 서울 종로 일대를 관할하는 한 위탁집배원은 “토요 물량까지 모두 넘겨받아 하루 14~15시간씩 일하기도 한다”며 “(우정사업본부의 방침은) 결국 최약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택배 수요 급증하는데 해법 안 보여

위탁 인력만으로 토요 택배를 처리하지 않는 곳에서는 정규직 집배원이 일거리 폭증을 호소하고 있다. 정규직 집배원들은 공무원 신분으로 주 52시간 근무 적용 대상이 아니다. 전국집배노동조합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우체국 인근에서 집회(사진)를 열고 “이달 들어 정규직 집배원의 노동 강도가 크게 높아져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비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위탁집배원 증원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올해만 780명의 위탁택배원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급증하는 물량을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택배업계 전체 매출은 2001년 6000억원에서 작년 5조2100억원으로 연간 45%씩 성장하고 있다. 집배노조는 주 40시간, 연 180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려면 지금보다 정규 인력을 6500명 더 뽑아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참에 토요 택배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집배노조 관계자는 “이미 공직사회에서 주 5일제가 일반화됐는데 우편업계만 토요 근무를 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며 “단기간 인력 증원이 어렵다면 토요 집배라도 폐지해 집배원의 부담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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