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공동 비상체제 구성

車·철강·선박 등 고율관세 사정권
뾰족수 없지만 "美·中 설득 주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중 간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세계 1, 2위 경제대국 간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보고 민·관 합동 대응 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기업이 받게 될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무역전쟁이 확산돼 미국과 중국이 각각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게 우리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현실화되면 한국 수출이 367억달러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환율로 41조원 규모의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는 경고다. 한국의 미국 및 중국 수출 비중은 36.7%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국내 기업이 가장 많이 우려하는 품목은 중국으로 수출하는 중간재다. 중국 공장에서 조립한 뒤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우회 수출품이 많아서다. 대(對)중국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안팎에 달한다. 이 중 5% 이상 미국으로 재수출하기 때문에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한국의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주요 2개국(G2) 간 무역전쟁으로 한국이 ‘분쟁 당사국 외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톱10’에 꼽힌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제분석기관 픽셋에셋매니지먼트가 각 수출국의 위험 요인을 따져본 결과 한국은 62.1%로 상위 6위였다.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선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이 모두 위협받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교역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소국 룩셈부르크(70.8%)가 1위였고, 대만(67.6%) 슬로바키아(67.3%) 등 순이었다.
국내 통상당국은 민·관 공동의 비상대응 체제를 구성했다.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까지는 무역분쟁 이슈를 계속 끌고갈 것으로 본다”며 “우선 1단계로 민·관 대응체제를 구축하고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12일 ‘미·중 무역분쟁 관련 실물경제 대응반 회의’를 연다. 강성천 통상차관보가 주재하는 이번 회의에는 KOTRA와 무역보험공사는 물론 전자산업진흥회, 자동차산업협회 등 수출 비중이 높은 민간 협회 관계자가 참석한다. 13일에도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이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부처별 대응 방안을 협의한다.

다만 뾰족한 수가 없는 게 문제다. 문병기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정부로선 무역전쟁이 격화하지 않도록 주요국과 함께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는 게 최선”이라며 “기업 역시 고부가가치 제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재길/박상용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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