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관할하는 공군과 별개인 宇宙軍
ICBM 요격용 레이저 무기 개발할 수도
우주의 평화적 이용 의무 거스르면 안돼

류장수 <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AP위성 대표 >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존 국가 미사일 방위체계(MD)를 관할하는 공군과는 별도로 ‘우주군(Space Force)’을 창설하겠다고 선언해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우주군 창설의 목적은 외계인의 침공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중국, 러시아 같은 국가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모든 과학기술이 그렇듯이 우주개발 기술도 양면성이 있다. 우주개발의 주 활동은 우주산업 육성과 우주과학 진흥이다. 당연히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활동이다. 우주개발 기술은 자국과 동맹국 안보에도 활용된다. 우주개발 기술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주로 국가안보에 활용되다가 냉전 이후에는 우주산업 발전에 주안점을 두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주개발 기술만큼 예민한 기술도 많지 않다.

유엔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례로 인공위성이나 달 탐사선을 우주공간에 발사하는 우주발사체 개발은 평화적 우주개발이다. 같은 우주발사체라도 핵탄두를 실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돼 국제적 규제와 규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용 목적과 의도에 따라 구분되는데 단지 해당 국가의 주장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 나라의 과학기술과 경제적 수준, 기술개발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평화적 우주개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된다.
유엔은 1967년 세계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을 결의했다. 우주공간은 대량살상무기 배치를 금하고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도 세계우주조약 회원국이다. 그런데 미국의 우주군 설치는 우주개발의 역사적 흐름과 우주의 평화적 이용 의무에 배치될 수 있다. 파리기후협정 탈퇴처럼 세계를 등지면서 창설하려는 우주군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MD가 있는데 굳이 우주군을 창설한다면 주력 무기 시스템을 기존 MD를 기반으로 발전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MD와는 전혀 다른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다. 미국이 이전에 시도하다가 중단한 유사한 정책을 살펴보자.

1983년 구(舊)소련과의 냉전이 한창일 때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은 일명 ‘별들의 전쟁’이라는 전략방위구상(SDI)을 추진했다. 구소련이 발사한 핵미사일을 우주공간에 설치한 인공위성을 이용해 격추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예산 문제로 1980년대 말에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들의 동참을 유도했다. 당시 SDI 기술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 대표단이 구성됐는데 필자도 참여했다. 대표단은 미국이 자랑하는 관련 업체와 기관들로부터 SDI 주력 기술에 관해 브리핑을 받았다.

지금의 MD와 크게 다른 점은 적의 ICBM을 격추하기 위한 수단으로 요격용 미사일이 아니라 지상과 우주선에서 발사하는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발사된 ICBM을 레이저 광선으로 파괴하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순간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대도시에서도 충분히 쓸 수 있는 용량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었다. 레이저 광선으로 우주공간에 설치한 인공위성의 반사판을 거쳐 날아오는 ICBM을 겨냥하는 식이다. 아무리 빠른 미사일도 마하 20 정도의 속도이기에 빛의 속도인 레이저 광선을 당할 수 없다. 가히 미국다운 발상이었다. SDI의 예가 우주군에 적용된다면 주력 무기는 요격 미사일이 아니라 지상과 우주공간에 설치하는 레이저 광선 무기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들은 핵 경쟁에 몰두하다가 1970년대부터 핵탄두 감소를 목표로 한 군축협상을 해왔다. 핵무기를 쓸 경우 승자 없는 패자만 남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우주군 설치로 인해 군축협상에 역행하는 또 다른 우주무기 경쟁 시대가 도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에서도 우주군 창설에 대한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강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로서는 우주군 창설과 진행 추이를 예의주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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