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매칭 플랫폼
'탤런트뱅크' 운영 개시

일정기간 계약 후 중기 지원
中企선 경험 활용하며
채용 따른 고비용 부담 해결

마케팅·해외·신사업 분야
시니어 전문가 300여명 확보

‘매년 대기업에서 퇴직하는 임원 1000명. 은퇴 후 이들은 수십 년 쌓은 노하우를 그냥 썩히지 않을까. 이런 사람들을 중소기업이 활용하면 좋을 텐데…. 직접 고용하는 것은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 되겠지. 퇴직 시니어와 중소기업을 연결해줄 방법은 없을까.’

교육기업 휴넷 조영탁 대표(사진)는 오랜 시간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 답을 찾았다. ‘탤런트뱅크’다. 마케팅 해외 전략 등의 분야에서 노하우를 가진 대기업 출신 임원이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퇴직 임원은 일거리를 찾을 수 있고, 중소기업은 그들을 통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전문가 심층면접으로 선발

휴넷은 11일 시니어 전문가와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인재 매칭 프로그램인 탤런트뱅크 공식 운영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조 대표는 “시범적으로 3개월간 운영해본 결과 반응이 좋아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휴넷은 시범 운영을 통해 나온 성과 사례도 공개했다.

부동산 자산관리 회사를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전문청소업 진출을 2년간 검토만 했다. 사업 실패의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지난 6월 탤런트뱅크를 찾아 시니어 리스트를 검토했다. 이 가운데 SK텔레콤과 삼성물산 등을 거친 전문가를 선택했다. 이 전문가가 식품회사에서 신사업 추진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계약기간은 1개월, 8회 미팅을 하고 70페이지 분량의 기획서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이 사장이 낸 금액은 520만원. 사업성을 확인한 이 사장은 연내 청소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탤런트뱅크에는 현재 전문가 300여 명이 등록돼 있다. 대기업(부장 이상)과 중소기업 임원 경력 15년 이상인 전문가들이다. 영업·구매, 재무·회계, 마케팅, 엔지니어 등 분야도 다양하다. 탤런트뱅크는 서류 심사와 심층 인터뷰를 거쳐 전문가 풀을 구성했다. 향후 서비스를 이용한 중소기업들이 전문가를 평가하면 이를 빅데이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전문가 1000명으로

조 대표는 대기업 출신이기 때문에 임원 한 명을 키워내는 데 어느 정도 비용이 들어가는지 잘 알고 있다. 특히 그가 주목한 것은 퇴직 임원들이 대기업에서 성공과 실패를 통해 쌓은 무형의 자산이다. 조 대표는 교육사업을 하며 중소기업의 어려움도 세세히 들여다봤다. 인재를 쓰고 싶어도 정식 채용할 경우 그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도 간파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이 “탤런트뱅크를 활용해 프로젝트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휴넷은 마케팅이 약한 중소기업이 대기업 출신 전문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은 베트남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대기업 임원 출신 전문가와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도움을 받으면 된다.

중소기업은 인재 채용 과정에서 실패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시니어 전문가는 본인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맞는 조건을 찾아 선택적으로 일할 수 있어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계약 금액과 비용은 전문가와 중소기업이 스스로 책정하고 플랫폼에 공개한다. 서로 일하는 호흡이 잘 맞으면 다른 프로젝트도 함께할 수 있다.

휴넷은 올해 말까지 전문가 그룹을 1000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까지 5000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잡았다. 목표 프로젝트 건수는 연간 4000건, 목표 매출은 100억원이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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