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 총량 3년간 17억8000만t

수출비중 낮은 업종, 배출권 중 3% 구입해 써야
全업종에 동일한 감축 목표 부여…산업계 '희비'
올해부터 업종과 관계없이 모든 산업 부문에 동일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부여된다. 지난 3년간 업종에 따라 탄소배출권을 나눠주다 보니 업종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데 따른 조치다. 또 발전업, 전기통신업, 항공운수업 등 26개 업종은 100% 무상으로 받던 배출권 중 3%를 경매로 구입해야 한다. 이들 기업엔 연간 17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11일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제2차 계획기간(2018~2020년) 국가배출권 할당계획안’을 내놨다. 상세 내용은 12일 공청회에서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그동안 계획 자체가 나오지 않아 발을 구르던 산업계는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다소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할당안에 따라 업종별로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탓에 탄소배출권을 둘러싼 갈등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591개 업체 17억7713만t 할당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5년 탄소배출권 제도를 도입했다. 3년에 한 번 계획을 세워 개별 기업마다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허용량을 나눠주고 있다. 이번 계획안은 당초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이 끝나는 작년 말 확정해야 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 수정과 맞물려 7개월 이상 늦어졌다. 정부는 이 계획에 따라 총 591개 업체에 17억7713만t의 배출권을 할당한다. 1차 계획기간(평균 558개 업체, 16억8986만t)보다 8717만t(5.2%) 증가했다.

할당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당초 정부는 26개 업종으로 구분해 다른 목표치를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감축 목표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비철금속업, 석유화학업 등이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하는 등 갈등이 컸다. 이에 정부는 2차 계획기간엔 업종별 할당을 폐지하고 부문별로 동일한 감축 목표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갈등의 소지는 남았다.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등 이미 고효율 생산시설을 갖춘 업종과 방적업체, 폐기물 처리업체 등 감축 여지가 많은 업종에 같은 목표를 주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업체들은 글로벌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갖추느라 그동안 투자를 늘려왔는데 그러지 않은 다른 업종과 같은 잣대를 대는 건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 26개 업종은 유상할당

유·무상할당을 두고도 온도 차가 컸다. 이번엔 유상할당을 시행하는 26개 업종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기존에 모든 기업이 배출권을 100% 무상할당 받았던 데 비해 앞으로는 유상할당 기업을 정해 할당량 중 97%만 무료로 받고 남은 3%는 경매시장에서 사야 한다.
무상할당 기준은 무역집약도, 생산비용발생도 등을 따져 정했다. 이 기준에 따라 국내 대표 업종인 철강, 반도체, 자동차, 시멘트 등은 전량 무상할당을 받게 됐다. 하지만 전기업, 병원 등은 유상할당 업종으로 분류돼 연간 최대 1700억원의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할 처지다.

대표적인 게 항공운송업이다. 이번에 유상할당 업종으로 지정되면서 할당량(200만t가량)의 97%인 194만t을 받게 됐다. 유상 업종인 종합소매업, 숙박시설운영업 등도 불만을 터뜨렸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유·무상 기준인 무역집약도를 책정할 때 제조업 기반인 상품수출입무역통계를 사용했다”며 “서비스 업종은 서비스무역수지를 근거로 삼아야 했다”고 말했다.

◆ 시장조성 예비분 500만t 배당

이번 계획 기간에는 시장조성 용도 예비분(500만t)이 처음 할당된다. 탄소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을 시장에 투입한 것이다. 남은 배출권을 다음 해로 넘길 수 있는 기준도 강화한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환경정책실장은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연구개발(R&D) 촉진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계획안은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말 최종 확정된다.

■ 배출권거래제

시장 기능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기업에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허용량(배출권)을 할당하고, 기업이 남거나 부족한 양을 사고팔게 하는 제도.

심은지/박상용/고재연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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