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안락한 승차감, 기존 시내버스보다 만족도 높아

배출가스 감소, 고효율의 바람은 상용차에도 불고 있다. 전기화는 물론, 다양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탑재까지도 거론되고 있는 것. 특히 이 분야를 선도하는 브랜드를 많이 보유한 독일은 도심을 질주하는 시내버스에도 우리에게 생소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활용한다.

2011년부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쓰던 만(MAN)트럭버스는 2018년형 라이온스 시티를 선보이면서 48V 하이브리드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48V 시스템은 기존 24V(승용은 12V)의 전압을 높이고 시동 모터를 발전기로도 활용해서 전자장치와 연료 효율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하이브리드보다 시스템이 간단하고 총 보유비용(Total Cost of Ownership)을 줄일 수 있어 최적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사자의 도시'란 이름의 라이온스 시티 이피션트하이브리드(Lion's City EfficientHybrid)를 시승했다.


▲스타일&상품성
외관은 반듯한 원박스 차체에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해 도로의 분위기마저 바꿀 것 같다. 차체 대부분을 검게 처리해 창을 더 크게 뚫은 것 같이 보이게 한 덕분이다. A필러는 위로 갈수록 좁게 설계해 차체 상단이 더 넓어 보게 했다. 곳곳엔 운용 효율을 높이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전력 소모를 줄이고 수명을 늘린 LED 램프와 정비성을 높인 패널 구조가 그것이다. 행선지와 노선을 알리는 전광판은 전·후·우측에 마련했으며 차체 크기는 길이 12,185㎜, 너비 2,550㎜, 높이 3,110㎜, 휠베이스 6,005㎜로 국내에서 쓰이고 있는 저상 버스보다 전반적으로 크다.

전면부는 풀-LED 헤드라이트와 크롬 몰딩을 적절히 조합해 현대적인 인상이다. 램프류는 기존 버스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단순한 원형을 지닌 것에 비하면 섬세함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측면은 저상버스 특유의 낮고 긴 비례를 가졌다. 창틀이 차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넓은 면적을 차지해 건축적인 형태를 느낄 수도 있다. 후면부는 LED 테일램프가 제법 멋스럽게 자리했다. 외관 중 디젤의 일반형과 다른 점은 후미 천장의 커버다. 커버 안에는 48V 시스템을 위한 '울트라캡(UltraCap)'이라 불리는 배터리 유닛과 인버터, DC 컨버터가 위치한다.







운전석은 완전히 독립된 공간으로 구성했다. 별도의 문이 있는 것만으로 승객들과의 벽을 쌓은 기분이 든다. 좌석 위치도 바닥보다 330㎜ 높다. 운전석 좌측은 수납공간 위주로 꾸몄으며 대시보드는 계기판, 에어컨, 모니터 등 사용 빈도에 따라 3개의 구역으로 나눴다. 저상버스인 만큼 운전 자세는 SUV보다 살짝 높게 와닿는다. 전방과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후측방의 시야는 시원스럽다.

승객 공간은 37석 규모로 구성했다. 국내 버스와는 다르게 휠하우스 부분엔 마주보는 좌석을 설치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바닥은 나무 패턴으로 치장하고 용접 이음새를 없앴다. 창문을 최대한 넓히고 LED 간접조명을 활용해 쾌적한 거실의 분위기가 연출됐다. 맨 뒷좌석은 동력계가 자리해 3명이 앉을 수 있다.





▲성능
동력계는 직렬 6기통 9.0ℓ D15 LOH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만의 지능형 에너지관리 시스템인 이피션트하이브리드를 적용했으며 최고출력 330마력을 발휘한다. 이피션트하이브리드는 연료 절약, 배출가스 감소, 소음 감소, 지능형 에너지 관리, 내구성 확보의 다섯 가지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48V 전장 시스템을 통해 연료 소모는 디젤보다 16% 가량 줄일 수 있으며 내년 9월1일 발효될 예정인 새 배출가스 규제 '유로6d'를 충족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속도를 올리는 감각은 일반 디젤 버스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보다 매끄럽고 여유로운 기운이 전해질 뿐이다. 엔진과 맞물린 호이트 4단 자동 변속기는 낮은 엔진회전수에도 넉넉한 토크 덕분에 변속충격이 거슬리지 않는다. 더 부드러운 변속을 원한다면 ZF제 6단 자동을 고를 수도 있다. 변속은 대시보드에 작게 자리한 다이얼(D, N, R)로 조작한다. 만의 중대형 라인업이 모두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승차감은 편안함에 초점을 뒀다. 잘 정돈된 노면의 덕일 수도 있지만 중형 세단에 가까운 하체 설정이 이뤄져서다. 여기엔 조용한 엔진도 한 몫 거든다. 운전석의 에어쿠션은 상하 움직임 폭이 크고 여운이 남아 배에 오른 기분이다.

동승한 인스트럭터의 지시에 따라 쇠네펠트 공항 주변 마을을 지나 어느덧 아우토반에 진입했다. 시내버스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부터 낯선 경험이었지만 이내 고속 안정성이 괜찮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급히 램프를 빠져나가는 동안에는 롤링을 억제하고 저상 버스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코너링 재미가 쏠쏠하다. 속력을 낮출 땐 크랭크축에 맞물린 모터가 동력을 회수해 배터리를 충전하지만 이를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제동이 이뤄진다.


▲총평
지금의 버스와 이질감이 전혀 없는 현실적인 고효율 솔루션을 지녔다. 전기화로 향하는 연장선의 작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흐름에 충실하다는 의미다. 실제 만은 250년 역사와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운송 솔루션 공급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차는 국내에서 만나 볼 수 없다. 비교적 높은 가격표도 이유지만 너비가 국내 규격(2.5m)을 50㎜ 초과하는 점이 걸림돌이다.

아직 한국은 48V 하이브리드에 대해 무디다. 그나마 현대기아차가 곧 출시 예정인 투싼, 스포티지를 시작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물론 상용은 CNG 하이브리드와 전기, 수소 버스 같은 좋은 대안을 갖고 있지만 동력원 다변화 차원에서 48V는 디젤의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베를린(독일)=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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