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노사 간에는 한 치 양보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연일 공동성명을 내거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합리적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과 업종별 구분 적용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노동계는 43.3%라는 유례없는 인상률을 제시하며 시간당 1만790원을 고수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지금처럼 커다란 이슈가 된 계기는 뭐니뭐니 해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을 내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그리고 공익위원 각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실제로는 정부 추천 인사들로 구성된 공익위원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역대 최대 폭인 1060원(16.4%)이나 올라 시간당 7530원이 된 것도 대선 공약을 의식한 노동계 주장에 공익위원들이 가세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당초 노동계는 대선 공약에 따라 2020년까지 1만원을 목표로 잡았다가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자 이를 상쇄한다며 내년 인상폭을 대폭 올려잡았다. 하지만 최저임금 급등의 부작용이 이미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무려 40%대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 수는 지난 5월 전년보다 각각 2.2%, 7.9% 감소했고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종사자도 1.7% 줄었다. 그 결과 최저임금 수혜층이라던 저소득층의 소득이 가장 많이 감소했고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늘어난 비용 부담에 아우성이다.

노동계는 이런 경제적 약자들의 외침엔 아랑곳 않고 기득권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또다시 다락같이 올리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최저임금 급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끓자 “1년 해보고 속도조절 여부를 결론 내리겠다”고 했다. 이제 1년이 지났다. 부작용도 명백해졌다. 약속대로 속도조절 여부에 대해 대통령이 답할 때가 됐다. 대통령이 소득분배 악화를 정말로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침묵해선 안 된다.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이대로 외면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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