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진의 재테크 법률 (6)

사용 용도 모르고 돈 빌려주면
민법 적용, 소멸시효 10년이지만
사업자금은 상법 적용 시효 5년

돈을 빌려주고 변제 기간이 지났는데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해서 그 돈을 받을 권리, 즉 ‘채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대로 긴 시간이 흘러버린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더 이상 돈을 받아낼 길이 없다.

민사상 채권의 소멸시효는 보통 10년으로 그리 짧은 기간이 아니다. 그런데 ‘소멸시효=10년’이라는 잘못된 통념으로 인해 자신이 가진 채권을 방치하다가 영영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멸시효는 그 채권의 성격에 따라 5년이나 3년, 또는 1년의 기간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소멸시효=10년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간과하는 사실 중 하나는 빌려준 돈의 속사정에 따라 소멸시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친구 두 명에게 각각 돈을 빌려준 경우를 생각해 보자. 한 친구에게는 어디에 쓸 돈인지 모른 채 자금을 빌려줬고, 다른 한 명에게는 사업자금에 사용할 돈을 빌려줬다. 공교롭게도 두 친구 모두 변제 기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돈을 갚지 않고 있다면 두 친구 모두에게 돈을 갚으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사용 용도를 모르고 돈을 빌려줬다면 민법이 적용돼 소멸시효는 10년이다. 따라서 5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5년의 여유가 남아 있다. 하지만 사업자금으로 빌려준 돈은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다. 이 경우는 상법상의 소멸시효 5년이 적용된다. 결국 돈을 빌려준 사람에겐 두 케이스가 다를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업자금으로 빌려준 돈은 더 이상 회수할 수 없게 된다.

상거래에서 발생한 채권이라 하더라도 5년보다 더 짧은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약속어음채권은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이 사실을 간과한 채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채권의 공정증서를 작성하면서 편의상 약속어음채권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본래의 채권에 대해 공정증서를 작성했다면 10년 동안 공정증서를 활용할 수 있지만, 간편하다는 이유로 약속어음채권으로 공정증서를 작성하면 공정증서의 집행력이 적용되는 기간이 3년에 불과하게 된다. 애써 수수료를 들여 공정증서를 작성한 의미가 3년의 경과와 동시에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공정증서의 원인이 된 본래 채권의 소멸시효가 남아 있다면 해당 채권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공정증서의 효력은 주장할 수 없다.

원금에 붙는 이자는 어떨까. 이자는 원금의 소멸시효와 운명을 같이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실상 그렇지 않다. 보통 이자는 한 달이나 1년의 기간을 정해 매월 또는 매년 지급하기로 정한다.

1년 이내 기간으로 지급일을 정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금전은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따라서 원금의 소멸시효가 한참 남아 있더라도 이자의 일부는 이미 소멸시효가 지났을 수 있다.

이처럼 소멸시효는 단순히 10년으로 한정지을 수 없는 복잡한 사정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채권의 소멸시효를 점검해 보고 늦기 전에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소멸시효 중단 사유로는 압류, 가압류, 승인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소멸시효 중단 방법은 소송을 통해 확정판결을 받는 것이다. 판결을 받으면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채권도 10년으로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당분간 소멸시효 완성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박현진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변호사 hyunjin.park@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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