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소비 50%가 한국산

10년 만에 수출 7배 늘어
스낵·건강기능식품으로 각광

중저가 제품 위주인 국산 김
日·中은 등급제·세분화로
프리미엄 시장 점유 늘려
대상·동원·CJ, 고급화로 승부
김은 ‘식품업계의 반도체’로 불린다. 단일 식품 수출액에서 라면, 인삼보다 많은 1위다. 지난해 국내 김 수출액은 5억달러(약 5400억원)로 사상 최대였다. 수출 물량도 2만t으로 10년 새 일곱 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산 김은 109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마른 김의 50%가 한국산이다.

‘김 종주국’이라는 명예와 달리 국내 김 시장에서는 중저가의 대동소이한 제품이 넘쳐나고 있다. 평균 가격이 일본 김의 45%, 중국 김의 75%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서 “이대로 가다간 고급 김 시장을 일본과 중국에 빼앗기는 건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대상, 동원F&B, CJ제일제당 등 식품회사들은 김 시장을 지키기 위해 전문 연구소를 세우고 스낵형 김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R&D)에 나서는 등 고급화에 승부를 걸고 있다.

◆등급제 없는 韓… 치고 나가는 日

서울 명동과 남대문시장에는 김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게가 많다. 김이 한국을 찾는 중국·일본인 관광객의 필수 구매 품목이어서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국산 김은 밥 반찬이 아니라 스낵으로 각광받고 있다. 작은 조각 형태의 조미김을 과자처럼 먹는 사람이 많다. ‘블랙 페이퍼(검은 종이)’라 부르며 먹지 않던 유럽과 북미, 러시아 사람들도 감자칩과 팝콘 대신 건강 간식으로 김을 찾기 시작했다. 김 수출액은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라면, 인삼과 함께 식품 수출의 3대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김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김의 용도나 형태가 다양하지 못하고 비슷한 제품이 넘쳐난다.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풀무원, 광천김, 성경김 외에도 수많은 지역 업체들이 경쟁하는 체제다.

반면 일본은 오래전부터 김 고급화와 등급화에 나섰다. 반찬용 김과 초밥용 김, 간식용 김 등 김 종류를 세분화한 것은 물론 주먹밥용 김, 양념용 김 등 소규모 시장을 위한 제품도 따로 관리하고 있다. 생산 단계부터 김 원료가 되는 원초를 구분해 길러 품질을 관리한다. 이런 노력으로 해외 시장에서 한국산 김보다 2~3배 많은 가격을 받고 있다. 중국 역시 김 품질을 세분화해 생산·관리하고 있다.
◆기업들 “자체 경쟁력 키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뒤늦게 ‘김산업 발전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구체적 실행 시기 등이 빠져 있다. 국내 김 생산 업계는 김 전문 연구소를 세우고 고급 제품을 개발하는 등 자체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대상은 지난해 7월 목포에 국내 최초 해조류 검사센터를 열었다. 단백질 함량뿐 아니라 수분, 맛, 식감, 색깔 등 11가지 항목에 따라 김을 분석한다. 사람 입 모양을 본떠 김의 끈기를 측정하고 성긴 정도를 재는 기계도 갖췄다.

대상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품질 등급제를 도입해 원초를 5등급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최고급 원료만을 사용한 프리미엄 김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대상은 김의 고급화를 통해 지난해 225억원을 기록한 김 매출을 2020년까지 6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양반김’으로 유명한 업계 1위 업체인 동원F&B는 사내 ‘원초감별사’ 제도를 운영 중이다. 수확기에 일일이 산지를 돌면서 원초를 분석하고 수매한다. 양반김은 기본 맛뿐 아니라 흑후추맛, 칠리맛 등 외국인 입맛에 맞는 맛으로 북미 시장에도 진출했다.

CJ제일제당은 종자를 연구하는 자회사 CJ브리딩을 두고 김 종자 연구에 나섰다. 김 맛과 품질은 씨앗 단계에서 결정된다고 판단했다. 지난 5월에는 간장 소스를 분말로 만들어 바른 ‘한식간장김’을 내놓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우처럼 등급을 나눠 관리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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