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 ARS제도 시행
채권자와 합의 땐 신청 취하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이 채권자들과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할 경우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최대 3개월까지 보류해주기로 했다. ‘한진해운 사태’를 계기로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법원의 개선책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이 같은 내용의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시행한다고 9일 밝혔다. 회생 신청부터 회생절차 개시가 이뤄지기 전까지의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채권자-채무자 간 자율적 협의’를 통한 구조조정의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ARS 프로그램은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 최대 3개월까지 자율적 구조조정 기간을 보장한다. 법원은 회생을 신청한 채무자나 채권자들이 자율 구조조정 의사를 밝힐 경우 ‘회생절차협의회’를 소집해 회생절차 개시 보류 결정을 내린다. 그 사이 회생을 신청한 회사는 정상 영업을 하면서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협의를 하게 된다. 구조조정안이 최종 타결되면 회생 신청은 취하된다.
종전에는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곧바로 채권채무가 동결돼 협력업체들이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고 ‘줄도산’하는 등의 부작용이 심각했다. 그러나 ARS 하에서는 회생 신청을 해도 협력업체에 대금 지급(상거래 채권 변제)이 가능하고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은행들로부터는 대출채권이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면서 신용등급이 추락하는 사태도 3개월간 막을 수 있다. 채권단의 무분별한 회수 조치를 방어할 수 있는 ‘법적 울타리’에 있으면서 구조조정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게 된 셈이다. 심태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는 “3개월 뒤 자율 구조조정에 실패하더라도 협상 과정에서 회생계획안의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에 법적 회생절차에 들어갔을 때 오히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회생법원이 ARS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2016년 8월 말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 영향이 컸다. 정준영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는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치고 아무런 준비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해 세계 7위의 해운사가 순식간에 무너졌다”며 “만약 그해 4월에 신청했었더라면 살아났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연수/안대규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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