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바닥 논쟁'
지난 6일 미국과 중국이 각각 340억달러 규모 상품에 25%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됐지만 글로벌 증시는 오히려 반등하고 있다. 6일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41%, 나스닥지수가 1.34% 오른 데 이어 9일 코스피지수도 12.93포인트(0.57%) 상승한 2285.80에 마감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1.21%)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47%)도 반등했다. 이제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보호무역 기조가 장기적으로 증시에 부담인 데다 기업 실적 등도 악화되고 있어 한숨을 돌리기엔 이르다는 신중론도 많다. 증시가 바닥을 찍은 것인지, 더 떨어질 것인지 상반된 시각을 가진 두 증권업계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대표

하반기 급반등은 어렵겠지만 8부 능선 지난 것은 확실
美·中 무역분쟁에 따른 시장 패닉은 없는 것으로 보여
美 11월 중간선거 前까지 글로벌증시 변동성 클 것
앞으로 기업실적이 더 중요해져 내수株는 유망업종서 제외


“연말까지 코스피지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순 있지만 지금이 바닥권인 것은 확실합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대표(사진)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시장의 패닉(극심한 공포)은 지나갔다”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장이 급반등을 이어가긴 어려워도 8부 능선은 지난 것”이라고 9일 말했다. ‘가치투자 전도사’로 불리는 이 대표는 시장의 유행이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기업의 본질 가치를 따져 투자하는 스타일로 유명한 펀드매니저다.

그는 그동안에도 “미국과 중국이 25% 관세를 부과하는 6일이 증시 최저점이 될 것”이라며 “불확실성 제거로 증시가 어느 정도 반등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 수준(4003억달러)에 이르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 위기로는 번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대표는 “무역분쟁 당사국인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가 9일 2%대 반등한 것도 큰 분기점을 지났기 때문”이라며 “최악은 넘겼다고 판단해 글로벌 증시가 일정 부분 되돌림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은 7, 8월 중에 추가로 160억달러어치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지만 시장에선 미·중이 그사이에 합의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미국의 무역적자와 보호무역 기조 강화 등 무역분쟁의 바탕이 된 본질적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렵고, 미국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글로벌 증시가 올해 내내 계속 흔들릴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이 대표는 “미국이 중간선거를 치르는 11월까지 많은 일이 생길 것”이라며 “그때마다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대표는 ‘무역분쟁 우려’는 이미 노출된 재료인 만큼 앞으로 기업 실적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이익이 늘어난다면 정말 좋은 종목”이라며 “실적이 개선되거나 무역분쟁과 무관한 종목, 혹은 무역갈등이 고조돼도 미·중이 한국에서 반드시 수입할 수밖에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수주는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아 유망한 업종으로 보지 않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김일구 한화證 리서치센터장

반등은 과도한 하락 때문
증시에 본질적 영향 미치는 건 결국 경기와 기업실적뿐
국내 상장사들 실적 작년 4분기 정점 찍었을 가능성
美 통화긴축 움직임 등도 실적 하락 부추기는 요인
빚 내서 투자하는 개인 늘어…주식비중 줄이고 현금화해야


“국내 고용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맞먹는 한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작년 말 시작된 경기둔화세가 최소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때까지 국내 증시는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은 9일 “미국과 중국이 양국 수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긴 지난 6일 이후 한국 증시가 오르긴 했지만 본격적인 반등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긴 이르다”며 이렇게 말했다. 코스피지수는 6일 이후 이틀간 28.25포인트(1.25%) 상승했다. 김 센터장은 “이번 반등은 글로벌 무역 분쟁의 불확실성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면서 단기간에 과도하게 하락했던 주가가 소폭 회복된 것”이라며 “증시에 본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기와 기업 실적은 안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경기지표가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글로벌 경기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많이 나왔지만, 한국을 비롯해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경제지표는 지난해 말부터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경기가 위축되기 시작하면 적어도 1년 반은 지속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국내 상장사의 실적 전망도 어둡게 봤다. 그는 “경기 흐름을 볼 때 기업 실적은 작년 4분기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올 3, 4분기 실적은 지난 1분기만큼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변동성이 커진 원·달러 환율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 움직임 등도 국내 기업의 실적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았다.

김 센터장은 올 상반기에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무관하게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상승한 종목은 가급적 투자를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한 경제협력 수혜주 등 테마주가 주도한 장에서 개인의 주식투자 비중이 높아졌고 빚을 내 투자하는 개인도 늘었다”며 “개인 투자가 집중된 종목은 앞으로 하락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동성이 비교적 낮은 배당주에 대해서도 “경기가 나빠지는 국면에선 배당주도 큰 수익을 내지 못한다”며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고 은행 예금에 돈을 묻어두거나 현금화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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