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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첫 공식 업무지시는 일자리위원회 구성이었다. 노동문제가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현안이었다. 그리고 최저임금위원회는 2018년 최저임금을 16.4%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당시 많은 전문가는 취약계층의 실업이 늘고 자영업자의 경쟁력이 악화할 것이라는 걱정을 내놨다.

‘최저임금의 역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전체 고용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다. 경제학 교과서에만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저임금이 처음 도입된 것은 1894년 빅토리아 시대 때 뉴질랜드(당시 영국연방)에서다. 1993년 영국 본토에서 최저임금제가 폐지되는 등 지난 120년간 사회적 논쟁을 겪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대표적으로 일자리안정자금이 있다. 장관까지 나서 팸플릿을 돌렸고, 지원금 신청자가 적자 소득세법 시행령까지 바꿔 지원금 수령 대상을 늘렸다. 얼마 전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조삼모사, 최저임금 삭감법’이라며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지난 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우려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KDI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이 작년과 비슷한 15%씩 인상된다면 고용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개월을 되돌아보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얻게 된 것은 근로자의 일자리가 아니라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불필요한 행정비용이었다. 정부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본래의 알선자, 조정자 역할에 충실하길 기대한다.

윤수황 < 노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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