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스쿨 (23) 선순위 임차권

회사원 A씨(48세)는 은퇴하면 고향인 경남 거제로 내려가 귀농할 생각이다. 그래서 경매를 통해 농사 지을 땅을 준비해 두려고 한다. 그러던 중 거제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땅을 발견했다. 사건번호(통영지원 2017-10062-1)를 통해 물건현황 및 권리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땅의 용도지역은 생산관리지역이었다. 지목은 임야(1491㎡)였지만 현황은 전(田)이었다. 농사짓기에는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그런데 3차까지 유찰된 상태였다. 1차 감정가(1억835만2000원) 대비 무려 49%가 떨어져 4차(5547만7000원) 매각기일을 앞두고 있었다(출처, 신한옥션SA).

권리분석에 들어갔다. 1순위 임차권, 2순위 근저당권, 3순위 근저당권, 4순위 가압류, 5순위 경매개시결정 순이었다. 그런데 기준권리(근저당권) 앞에 선순위 임차권이 있었다. 경매로 소멸되지 않는 권리였다. 즉, 선순위 임차권은 매수자가 인수하는 권리였다. 이것이 3차까지 유찰된 이유였다. 그러나 A씨는 임차권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임차권은 주택에만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순위 임차권이 있는 땅을 매수해도 되는지 궁금해졌다.

임차권은 주택뿐만 아니라 땅에도 생길 수 있다. 임차권이란 임대차계약에 의해 땅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임차인의 권리다. 임대차(임차권) 등기는 임대인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동의를 받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임차권 등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임대차(임차권)도 등기하면 제3자에게 대항력이 생긴다. 임대차 등기는 등기부(을구)에 임차권설정으로 표시된다. 이때 선순위 임차권은 매수자가 인수해야 한다(민법 제621조, 민사집행법 제91조 참조).
경매물건의 매각물건명세서를 보면 선순위 임차권에 대해 공시돼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등기부 을구 순위번호1 임차권설정 등기(2004.12.6)는 소멸되지 않고 매수인에게 인수된다. 또한 토지의 지상으로 송전선로(선하지)가 가설된 상태며 등기사항전부증명서상 임차권설정(443㎡)돼 있다는 내용이다. 임차권의 존속 기간은 송전선이 존속하는 동안이다. 어쩌면 존속기간이 100년이 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료도 임차권 설정 당시 일시불로 전소유자에게 지급됐기 때문에 또다시 청구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순위 임차권이 농사를 짓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땅 위로 송전선로가 지나갈 뿐이다. 따라서 귀농할 실수요자라면 땅을 시세보다 싸게 경매로 매수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참고로 주택에 대한 임차권등기는 계약 기간이 종료된 뒤에도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아무런 조치 없이 전출하게 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상실된다. 하지만 관할법원을 통해 임차권등기를 마치고 이사를 가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그대로 인정된다. 임차권등기는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 없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 3 참조).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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