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기자의 컬처 insight

CJ ENM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플랫폼 ‘티빙’에서 운영하고 있는 ‘티빙몰’. /CJ ENM 제공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달 13일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보면서 목걸이를 샀다. 노트북으로 CJ ENM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플랫폼인 ‘티빙’을 통해 드라마를 보던 중이었다. 영상 옆에 주인공 김비서(배우 박민영)가 하고 있던 목걸이를 파는 코너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문득 이영준 부회장(배우 박서준)이 김비서에게 선물한 목걸이를 자신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로 검색을 하지 않아도 티빙의 쇼핑몰 ‘티빙몰’로 연결돼 큰 수고 없이 구매했다.

홈쇼핑을 보다가 독특한 경험도 했다. 지난달 30일 현대홈쇼핑 채널에서 ‘4차 산업혁명’이란 주제의 강의를 본 것이다. 현대홈쇼핑과 교보문고가 한 시간 동안 진행한 ‘심야책방’ 방송이다. 《한 권으로 정리하는 4차 산업혁명》의 저자인 최진기 인문학 강사가 미니 특강을 했다. 처음엔 ‘홈쇼핑에서 웬 강의’라고 생각했지만 스타 강사와 게스트로 출연한 가수 딘딘, 슬리피의 입담에 큰 흥미를 가졌다. 재밌는 교양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았고 내용이 더 궁금해져 책을 주문했다.

본격적인 미디어커머스 시대의 막이 올랐다. 콘텐츠를 매개로 미디어와 커머스(상거래)의 경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지난 1일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법인이자 국내 최초의 미디어커머스 기업인 CJ ENM이 출범하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디어커머스는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아마존은 동영상 플랫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2005년부터 영역을 확장했다. 프라임 비디오 가입자 수는 1억 명을 넘었다. 이곳 가입자들은 콘텐츠뿐만 아니라 아마존의 다양한 상품을 사들이고 있다. 아마존 일반 소비자들에 비해 매년 평균 두 배가 넘는 돈을 지출할 정도다. 아마존은 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프라임 비디오 가입자들에게 배송비를 무료로 해주고, 이들에게만 파는 상품도 만들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중국 알리바바는 2015년 동영상 플랫폼 유쿠투도우를 인수했다. 지난해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사 앰블린파트너스 지분을 사들였다.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그들의 새로운 무대로 만들기 위한 적극적 행보다.
국내 시장에선 1인 크리에이터들에 의해 먼저 이런 움직임이 일어났다. 유튜브 등에서 짧은 시간 빠르고 재밌게 제품을 홍보하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방송 등 기존 미디어는 브랜디드 콘텐츠로 향하는 대중과 자본의 변화된 흐름에 위기감을 느꼈다. 커머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홈쇼핑, 소셜커머스 등 많은 플랫폼이 생겨났지만 경쟁 격화와 경기 침체로 장기적인 생존 전략을 짜야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디어커머스는 대중들의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고자 한다. 기존 미디어와 커머스는 ‘목적형’ 고객을 타깃으로 했다. 처음부터 확실한 구매 의사를 갖고 필요한 물품을 소비하는 고객들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기다리기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콘텐츠를 이용하다 자연스럽게 제품을 발견하고 계획에 없던 소비를 하는 ‘발견형’ 고객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미디어커머스의 성공 여부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들을 유인하는지에 달려 있다.

미디어와 커머스의 결합은 앞으로는 기획 단계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합병법인 CJ ENM 출범 이전에도 CJ오쇼핑의 자체상표(PB) 제품을 아예 CJ E&M 계열의 방송 프로그램 소품으로 활용하는 실험을 일부 해왔다. 7일 첫 방영되는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도 공동기획한 제품을 넣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규모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영역의 확장과 결합에 집중하다 보면 업(業)의 본질을 놓칠 위험도 있다. 미디어도 커머스도 업의 본질은 고객을 유인할 매력, 즉 콘텐츠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미디어커머스 선두주자인 알리바바그룹 마윈 회장의 조언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살아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잘 만드는 것이지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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