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신규 분양서 세자릿수 경쟁률 기록
추첨제 50% '저가점 고자본' 수요자에게 인기

'당산센트럴아이파크' 모델하우스 오픈 당시 내부 모습. 현대산업개발 제공

서울 분양 시장에서 외면받던 전용 100㎡(옛 37~38평) 초과하는 중대형 평형의 인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는 그동안 높은 분양가와 부담스러운 면적, 거래의 비활성화, 주택의 다운사이징 영향으로 기존 주택시장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분양 시장에서 청약경쟁률이 높아지고 수요도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부동산 대책과 수요·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경쟁률 한자릿수에서 세자릿수로

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에 신규 공급되는 전용 100㎡ 초과 대형 아파트가 세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잇따라 기록하고 있다. 최근 1순위 청약접수를 진행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뉴타운 '신길파크자이' 전용 111㎡는 8가구 모집에 3072건이 접수돼 38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 최고 경쟁률인 79.38대 1의 5배 가까운 수치다.

일부 단지에서는 대형 타입의 청약 경쟁률이 소형을 크게 앞질렀다. 지난 4월 경 분양한 '당산센트럴아이파크'는 소형보다 대형에 청약이 더 몰렸다. 전용 114㎡ 경쟁률이 227.6대 1을 기록하며 전용 46㎡(919.5대 1)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소형인 전용 59㎡ A·B타입의 경쟁률은 각각 44.67대 1, 52.33대 1에 머물렀다.

이런 대형 평형의 선전은 기존 주택 시장 분위기와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핵가족화, 자금 부담 등으로 기존 주택 시장에서는 중소형 선호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수도권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가격은 5년 전(2104년 5월) 대비 24.6% 올랐다. 같은 기간 전용 60~85㎡ 이하 상승폭은 31.8%를 나타냈다.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 상승폭(37.5%)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거래량도 적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1년 간(지난 4월 기준) 수도권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전용 85㎡ 이상 중대형 매매 거래량은 19.38%에 머물렀다. 전용 85㎡ 미만 중소형 아파트가 전체 거래량의 80.62%를 차지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형 평형은 분양 시장에서도 크게 환영 받지 못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 대형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중소형에 훨씬 못 미쳤다. 2016년 7월부터 분양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이 중도금 대출보증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중대형 경쟁률을 낮춘 원인이 됐다.
작년 여름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 일대에 공급된 '고덕센트럴아이파크'와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의 경우, 전용 100㎡ 초과 대형 평형은 경쟁률이 한자릿수에 머무르며 전체 타입 중 가장 낮았다. '고덕센트럴아이파크' 전용 102㎡는 34가구 모집에 151건이 접수돼 경쟁률이 4.44대 1에 머물렀다.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 전용 122㎡ 경쟁률도 3.05대 1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 은평구 수색뉴타운 첫분양 아파트로 공급된 'DMC 롯데캐슬' 전용 114㎡ 평균 경쟁률도 전체 타입 중 가장 낮은 7.88대 1로 집계됐다.

◆가점 낮은 실수요자에게 인기

1년 만에 대형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이 급상승한 것은 8·2 대책의 영향이 크다는 관측이다. 중소형 평형이 100% 가점제를 도입함에 따라 저가점 청약통장이 갈 곳을 잃게 됐다. 8·2 대책에 따라 작년 9월 20일 이후 공급되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입주민의 100%를 가점제로 선정하게 됐다. 가점제는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으로 점수를 매겨 점수가 높은 사람이 우선 당첨되도록 하는 제도다.무주택 서민과 노부모 등 부양가족이 많은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당첨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신길파크자이' 전용 114㎡ 평면도. 홈페이지 캡처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에도 가점제가 적용되긴 하지만 비율이 중소형에 비해 낮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입주민 50%를 가점제로 선정한다. 나머지 50%는 가점과 무관한 추첨제로 분양 받을 수 있다. 가점이 불리하더라도 1순위만 된다면 중대형 아파트는 노려볼만 한 셈이다.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자금 력이 있는 수요자들에게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진입 장벽을 높여 당첨 확률을 올릴 수 있는 조건이 됐다.

'35세 인서울 청약의 법칙'의 저자 박지민 씨(필명 월용이)는 "대형 평형은 추첨제 50%에 베팅하는 '저가점·고자본' 수요자들의 ‘그들만의 리그’"라며 "이들은 중도금 대출은 안 받아도 되니 낮은 가점으로라도 가능성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기존 주택 시장에서 중대형의 경쟁력은 높지 않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분양 시장에서 중대형은 가격이 낮은 편이어서 메리트가 있다는 게 대형 평형 청약자들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적다는 점도 이유로 꼽혔다. 한 분양대행사 팀장은 "집을 좁혀서 이사 가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중대형 노후아파트에서 새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분명 있다”며 “그러나 분양 물량은 대부분 중소형 위주로 구성돼 상대적으로 공급 가구수가 적은 대형 평형 경쟁률이 높게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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