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저출산 대책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범정부 대책 발표

부모 부담 줄여준다지만…
자영업자·특수고용직 5만명
출산휴가급여 150만원 지급
육아기 1년간 하루 1시간 단축근무

내년 저출산 예산만 30조
"백화점式 대책은 실효 없어
이민정책 등 근본 대책 부족"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5일 내놓은 범정부 저출산 대책은 출산, 육아 등 과정에서 부모의 부담을 지금보다 더 줄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자영업자에게도 출산휴가급여를 주고, 1세 아동의 의료비 부담은 사실상 없애겠다고 했다. 여기에 추가로 드는 돈이 내년에만 9000억원이다.

저출산위는 이번 대책을 내놓으며 출산율에 집착하지 않고, 2040세대(20~40대)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6개월간 27차례 회의를 거쳐 내놓은 10여 가지 대책이 기존 대책의 적용 대상과 지원금만 늘린 수준이어서 이미 실패한 정책에 돈만 더 쏟아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도 출산휴가급여 지원

저출산위는 고용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출산휴가급여 지원을 못 받는 특수고용직, 자영업자 등 5만 명에게 월 50만원씩 석 달간 15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1세 아동의 외래진료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은 연간 평균 16만5000원에서 5만6000원으로 인하한다. 임신·출산 진료비에 쓰는 국민행복카드를 1세 아동 의료비에도 쓸 수 있게 하고, 카드 금액도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인상해 사실상 의료비 부담을 ‘제로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120% 이하에서 150%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서비스요금에 대한 정부 지원율은 최대 80%에서 90%로 늘릴 계획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은 최대 1년에서 2년으로 늘린다. 지금은 육아휴직 1년을 쓰면 근로시간 단축이 불가능한데 앞으로는 기본 1년 동안 하루 한 시간씩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육아휴직 1년은 별도다. 근로시간 단축 기간 중 임금 지원도 현행 통상임금의 80%(상한액 150만원)에서 90%(상한액 200만원)로 확대한다.

남성 육아휴직 보너스제 급여는 상한액을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인상한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현행 유급 3일+무급 2일에서 유급 10일로 늘리고, 중소기업은 정부가 5일분을 지원하기로 했다.
비혼모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한부모 양육비 지원액을 월 13만원에서 17만원으로 올리고, 지원 대상 자녀는 14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늘린다.

◆“백화점식 대책 없애야”

저출산위는 이번 대책 실행을 위해 관련 예산을 올해 2조2000억원에서 내년 3조1000억원으로 9000억원 늘리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발표한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하는 주거지원 방안에 2조원가량이 추가로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전체 저출산 예산은 올해(26조3000억원) 대비 3조원 정도 늘어난 30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처음 세우고 실행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26조원의 돈을 썼지만 지난해 출생아 수가 35만7700명을 기록,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가 많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한 해 저출산 예산 30조원을 출생아 30만 명에게 쓴다고 보면 출생아 한 명당 1억원을 지원하는 수준”이라며 “백화점식 대책을 모두 없애고 출생아 한 명에게 직접 1억원씩 주는 게 더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정책 등 새로운 정책 고민이 전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새로운 정책이 없는데 예산을 분배하는 부처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출산위 관계자는 “더 근본적인 정책은 기존 3차 저출산 기본계획(2016~2020년)을 재구조화해 10월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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