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킬링필드 등
'비극의 현장' 탐방 급증

직장인 최나은 씨(34)는 올 여름휴가 때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로 하고 ‘체르노빌 투어’를 신청했다. 현지 여행사 가이드와 함께 하루 일정으로 1986년의 참혹했던 원전 사고현장을 둘러보는 상품이다. 최씨는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체르노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며 “역사적 비극의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 사이에서 ‘다크투어’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크투어는 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재난·재해 발생지를 돌아보는 여행을 말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다크투어’ ‘다크투어리즘’ 관련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만3000여 건에 달한다. 체르노빌 외에 아우슈비츠 수용소(폴란드), 9·11테러 현장 뉴욕 그라운드 제로(미국), 원자폭탄 유적지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일본), 프놈펜 남부 킬링필드(캄보디아), 민간인 학살지 밀라이(베트남) 등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크투어 여행지다.

TV 여행 프로그램이 다크투어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한 케이블방송은 지난해 서대문형무소, 비무장지대(DMZ) 등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돌아보는 외국인 여행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 시내의 히틀러 흔적을 둘러보는 TV 프로도 등장했다. EBS는 독일을 다크투어하는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이다.
국내에서도 4·3사건, 5·18항쟁, 거제포로수용소 등을 돌아보는 다크투어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세월호 비극도 최근 관심권에 들어온 다크투어 주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역사 공부를 겸하는 차원에서 가족 단위 여행객들도 다크투어에 많이 나선다”고 전했다.

역사적 사건이나 재난을 상업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강동진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교수는 “다크투어를 관광 활성화 차원으로만 보기보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매개 역할이 되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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