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유통혁명
(5)·끝 온·오프 경계없는 ‘옴니채널 전성시대'

844개 매장은 물류창고
카탈로그·태블릿PC로 상품 검색
결제 후 직원이 창고서 꺼내다줘
온라인 가속…매출 비중 60%
롯데하이마트 '아고스 모델' 도입

오프라인은 체험공간으로
쇼룸 없앤 美백화점 노드스트롬
매장은 주문한 상품 찾아가는 곳
개인별 스타일링 추천 서비스도

영국 런던 트래펄가광장 인근 아고스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태블릿PC와 카탈로그를 보면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 /안재광 기자

상품 6만여 개를 팔면서 매장에 단 한 개의 상품도 진열하지 않는 유통기업이 있다. 영국 아고스(Argos)다.

‘없는 상품’을 팔 수 있는 비결은 단순하다. 매장에서 카탈로그나 태블릿PC를 통해 상품을 보고 고를 수 있게 했다. 지난달 말 찾은 영국 런던 트래펄가광장 인근 아고스 매장에는 두꺼운 상품 카탈로그와 태블릿PC 몇 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상품 진열대는 보이지 않았다. 페이지마다 코팅된 고해상도 카탈로그가 상품 사진과 가격 등의 정보를 가지런히 보여줬다. 태블릿PC에서는 남은 수량, 상품 후기 등도 볼 수 있었다. 상품 번호를 종이에 적어 카운터 직원에게 건네주고 결제하면 창고에서 물건을 꺼내왔다. 이미 온라인으로 구매한 사람은 상품을 찾아 바로 나갔다. 아고스는 이런 방식으로 작년 844개 매장에서 약 6조원의 매출을 거뒀다.

글로벌 유통업계 연구 대상 된 아고스

아고스는 요즘 글로벌 유통업계의 ‘스터디 대상’이다. 업계 화두인 ‘옴니채널’을 가장 잘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옴니채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간 경계가 허물어진 새로운 형태의 유통이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최강자인 아마존이 유기농 슈퍼마켓 홀푸드를 인수해 오프라인에 진출하고, 반대로 월마트가 제트닷컴 등을 통해 온라인을 확장하는 것도 옴니채널 구축을 위한 것이다.

아고스는 태생부터 옴니채널에 가까웠다. 1973년 설립 때 카탈로그 선물 판매점으로 시작했다. 소비자가 카탈로그를 보고 상품을 고르면 대신 구입해 오는 게 사업 모델이었다. 당시로선 혁신적 기법이었다. 우선 상품을 진열하지 않아도 돼 임차료 부담이 작았다. 주문이 들어올 때만 물건을 구입해 재고도 없었다. 이렇게 줄인 고정비는 판매가격을 확 낮출 수 있었던 비결이다.
아고스는 2016년 영국 2위 유통기업 세인즈베리에 인수된 뒤 큰 변화를 맞았다. 대대적인 온라인 전환을 시도했다. 구매는 스마트폰으로 하고 매장에선 상품을 찾고, 반품하고, 직원과 상담만 하는 식으로 바꿔 나갔다. 스마트폰이 카탈로그와 태블릿PC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지난해 매출의 약 60%가 온라인을 통해 나왔다. 이 가운데 70%는 모바일 주문이었다.

국내에서도 ‘아고스 방식’을 도입하는 곳이 나왔다. 롯데하이마트도 그중 하나다. 올초 구리역점 1층 일부 공간을 아고스 매장처럼 바꾸고 ‘옴니스토어’란 이름을 붙였다. 태블릿PC 10여 대를 통해 상품을 보고 살 수 있게 했다. 연내 12개까지 옴니스토어를 늘리기로 했다.

노드스트롬, 쇼룸 없는 백화점 열어

노드스트롬은 미국 백화점 중 옴니채널에 가장 적극적이다. 물건은 온라인으로 싸게 팔고, 오프라인 점포에선 옷을 입어보는 등 ‘체험’만 할 수 있게 했다.

작년 10월 노드스트롬이 로스앤젤레스(LA) 웨스트할리우드에 연 ‘노드스트롬 로컬’이 대표적이다. 이 매장은 면적이 278㎡에 불과하다. 이 백화점 평균 면적(1만3006㎡)의 46분의 1 크기다. 쇼룸과 재고를 없애는 대신 △온라인 주문대 △피팅룸 △커뮤니티 공간 등만 남겼다.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쇼핑에 최적화했다. 반품 코너에선 노드스트롬에서 구입한 제품뿐 아니라 다른 온라인몰 제품까지 받아준다. 경쟁사 메이시스든, 아마존이든 상관없다. 온라인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다.

패션 ‘코디’ 서비스도 있다. 노드스트롬이 2014년 인수한 ‘트렁크 클럽’의 스타일링 서비스를 통해서다.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매장에 상주하며 소비자 체형과 나이, 용도 등을 고려해 패션 상품을 추천하고 온라인 장바구니에 5개의 상품을 담아 놓는다. 매장 매니저 켈리 골드 씨는 “노드스트롬 로컬은 단순한 쇼룸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 자유롭게 와서 쉬다 가는 쉼터”라며 “부담 없이 쇼핑하고 이웃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런던·로스앤젤레스=안재광/이수빈 기자 ahnjk@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