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 과세 강화 논란

기재부 '금융소득종합과세 확대'에 제동

금융시장선 자금 빠지고 부동산 가격 상승 유발
세수 증가액도 미미…조세저항만 커질 우려
김동연 부총리 "금융소득과세 확대 더 검토 필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4일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낮추는 내용의 세법 개정을 정부에 권고함에 따라 자산가들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한 투자자가 인터넷에서 금융상품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기획재정부가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금액을 인하하라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 권고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기재부 내에서는 재정개혁특위가 기재부의 의견과 절차를 무시하고 독선적인 권고안을 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세제개편의 절차나 부작용 가능성 등을 외면한 채 ‘부자 증세’의 함의에 매몰돼 권고를 강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의 권고 거부 왜?

기재부가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에서 반대하는 대목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2000만원 초과에서 1000만원 초과로 낮춰 대상자를 확대하라는 것이다. 연간 이자·배당소득이 10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6~42%의 종합소득세율로 누진 과세하는 방안이다. 이 안대로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9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늘어나고 세 부담은 연간 3000억원 이상 불어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확대에 대해 기재부는 줄곧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뜻을 고수해왔다. 기재부는 재정개혁특위와의 협의 과정에서도 일방적인 대상 확대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전달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4일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은 시장에 주는 영향을 봐서 점진적으로 해나가겠다”면서도 “금융소득종합과세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더 검토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종부세 권고안은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재정개혁특위와 의견차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중산층 은퇴자 대거 포함 가능성

기재부는 부동산과 금융 분야에서의 동시 증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금융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가 금융시장에서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촉발해 자산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세수 진작 효과가 적은 데 비해 납세자 반발이 크다는 점도 기재부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31만 명이 늘어나지만 실제로 이 모든 사람의 세금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종합소득세율(6~42%)을 적용하더라도 최저 세율이 분리과세 세율(14%)보다 낮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세금 대상자가 예상에 크게 못 미칠 수 있고 상당수 개인의 세수 증가액도 미미한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원천징수 대상자들이 5월 종합소득세 신고자로 바뀌게 되면 납세자들의 번거로움이 커지고 정부 입장에서도 행정 비용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자본·금융소득에 대한 과세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세제개편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얘기다.

기재부는 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기준액을 1000만원 초과로 바꿀 경우 연금소득, 임대소득 등으로 생활하는 중산층 은퇴자들이 대거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도 껄끄러워하고 있다. 월 350만원 안팎의 연금이나 임대소득을 얻는 은퇴자가 수익률 연 6% 안팎의 배당상품에 2억원가량을 투자한 상황이라면 이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강화를 적용할 경우 세금 납부액이 늘어난다.

◆특위, 공론화 없이 권고 강행

기재부 내부에서는 재정개혁특위가 정부 부처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주하고 있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산하 위원회들은 대부분 연구원이나 교수들로 꾸려진 경우가 많아 현장 지식과 행정 경험을 가진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 협의를 지속해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며 “하지만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에는 그동안 기재부가 제기해온 문제점을 외면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정개혁특위는 지난달 22일 공청회 때 종부세 관련 시나리오만 공개했을 뿐 대상자가 더 많은 금융소득종합과세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며 “권고 절차에도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했다.

재정개혁특위는 지난 4월9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위원회로 출범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출신인 강병구 인하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세제 개편을 다룬 조세소위 위원 14명은 학계와 회계법인, 세무법인 전문가들로 구성됐고 정부 인사는 1명밖에 포함되지 않았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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