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증시 무역전쟁 우려 약세 지속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중 무역갈등에도 그동안 기술주는 안전하다는 분석이 대다수였습니다. 지난 상반기 다우지수는 1.8% 올랐고 S&P500 지수는 1.7% 상승했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8.8%나 오른 이유입니다.
하지만 미국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들이 줄줄이 급락했습니다. 장 막판,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중국내 메모리 판매를 금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따른 겁니다.

중국 푸젠성 푸저우(福州)시 중급인민법원이 이날 마이크론의 중국 자회사에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등 26종의 판매를 금지하는 예비 판결을 내린 겁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 중국에 합작 메모리 공장을 짓고 있는 대만 UMC와 푸젠성 산하 푸젠진화반도체(JHICC)가 자사의 D램 특허와 영업비밀을 훔쳤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UMC도 올 1월 마이크론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생산·판매 중단 및 2억7000만위안을 배상하라는 맞소송을 푸저우시 법원에 냈는데 그 결과가 나온 겁니다.
뉴스가 전해지자 마이크론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해 이날 5.5% 내린 채 마감됐습니다. 마이크론은 중국 시장 의존도가 50%가 넘습니다.
이 여파로 엔비디아 2.23%, AMD 1.06% 떨어졌으며 대장주 애플도 1.7% 내리는 등 기술주 대부분이 하락했습니다. 또 중국 매출이 큰 캐터필러와 보잉은 각각 1.8%와 0.9% 내렸습니다.
중국 법원의 판결은 오는 6일 미국의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사흘 앞두고 나와 의미심장합니다.
기술주도 미·중 무역분쟁으로 피해를 볼 것이란 일부 예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일 보고서에서 “무역 전쟁으로 인한 악영향이 커지는 가운데 이제는 기술주가 ‘악순환’의 출현으로 가장 영향을 받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기술주는 지금까지 무역전쟁 우려에 민감하지 않았지만 중국이 본격적인 보복에 나서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약 40% 수준입니다. 하지만 S&P 500 11개 섹터 중 기술 섹터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해외 비중이 59%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과 엔비디아, AMD 등 반도체주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중국에 대한 매출 비중이 거의 절반 안팎입니다.
대장주인 애플도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하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입니다. 애플은 2017 회계연도에 전체 매출의 20% 가량인 447억달러를 중국 시장에서 일궜습니다. 지난해 4100만대의 아이폰을 중국에 팔았고, 중국에서 앱스토어, 애플 뮤직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중국 당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애플의 서비스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중국 정부는 애플의 아이북스 스토어와 아이튠스 무비 서비스를 중단시킨 적이 있습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도 피해가 우려됩니다. 중국 내 스마트폰 77%는 구글의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클라우드 스토리지와 유튜브, 지메일 등의 서비스로도 이익을 내고 있다. 만일 양국 갈등이 심화되면 중국이 안드로이드 서비스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구글 검색엔진은 이미 차단되고 있지요.
다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은 중국에서 사업하지 않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차단을 당했고, 넷플릭스는 중국에 아직 진출하지 않았습니다.
아마존은 2016년 중국에서 프라임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알리바바와 JD닷컴에 밀려 사업 자체가 미미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