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업체 오리온, 종합식품기업으로 변신

'마켓오 네이처' 새 브랜드 출시
농협과 30개월 협업…간편식 진출
"국산 농산물로 주도권 잡겠다"

담철곤 회장 삼고초려 끝 영입

이마트 사장 출신 '혁신 전략가'
4년前 합류해 해외 매출 67%로
신사업 확대…오리온 이미지 제고
오리온(99,0000 0.00%)그룹이 3일 종합식품회사로의 도약을 본격 선언했다. 1956년 동양제과공업으로 제과업을 해온 지 62년 만이다. 오리온은 이날 신규 브랜드 ‘마켓오 네이처’를 내놓고 간편대용식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58)은 서울 도곡동 초코파이하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마켓오 네이처는 제과를 넘어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는 오리온의 신성장 동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켈로그 등 외국 기업이 점유하고 있는 국내 원물 대용식 시장에서 100% 국산 농산물로 주도권을 잡겠다”고 밝혔다.

오리온의 간편식 시장 진출은 4년 전 취임한 허 부회장이 구상한 4대 신사업 포트폴리오 중 하나다. 신세계 이마트 사장 시절부터 ‘혁신 전략가’로 평가받은 허 부회장은 오리온에 합류한 후 음료, 건강기능식품, 디저트, 간편식 등 매년 신규 사업을 새로 만들며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재무통·전략가 허인철의 ‘빅 픽처’

허 부회장은 1986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1997년부터 신세계그룹의 핵심 사업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여러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으며 협상 전문가, 전략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마트 사장 시절엔 기존 가격 정책과 광고 관행을 뒤집어 고속 성장을 이끌기도 했다.

오리온에는 2014년 7월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었지만 실적 정체로 내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담 회장은 허 부회장을 삼고초려해 영입했다. 담 회장은 처음으로 전문경영인에게 ‘부회장’ 직함을 주면서 회사 경영에 관한 전폭적인 권한을 줬다.

허 부회장은 부임 직후부터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한 달 만에 계열사를 총괄 지휘하던 회장실을 해체한 게 대표적이다.
◆“한국 좁다” 글로벌 기업으로 체질 개선

오리온의 미래 비전은 해외 사업에 있다. 허 부회장은 부임 첫해부터 해외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했다. 생산 부문에 글로벌 전략구매팀을 신설하고, 영업 부문 내 부서를 통합하는 일부 조직도 개편했다. 1조원 이상 매출이 일어나는 중국 법인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방문해 직접 챙겼다. 오리온의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은 허 부회장 취임 전인 2013년 53.7%에서 3년 만에 67.2%까지 올랐다.

허 부회장의 신사업 4대 축은 음료사업, 건강기능식품, 프리미엄 디저트, 간편대용식 등이다. 모든 신사업은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2016년 11월 제주용암수를 인수하고 음료사업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제주에서 음료를 생산하면 물류비 절감으로 중국과 동남아로의 수출이 쉬워진다. 프리미엄 초코파이 하우스 매장을 내고 디저트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오리온 관계자는 “한국에 여행 온 사람들이 프리미엄 초코파이를 매장에서 직접 경험하면 전체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이 함께 오를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 겨냥한 ‘마켓오 네이처’

이날 출시한 마켓오 네이처는 100세 시대를 겨냥한 사업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미국 건강기능식품 업체 로빈슨파마의 ‘US닥터스 클리니컬’의 독점 판권을 획득하며 건강기능식품 시장에도 진출한 바 있다. 허 부회장은 “미국과 유럽, 일본에도 곡물 등 원물로 만든 그래놀라 시장이 4000억~6000억원대”라며 “기대 수명이 80대 중반을 넘어가는 시점에 간편 대용식은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마켓오 네이처 개발을 위해 2년6개월간 농협과 협업했다. 국내산 원물로 만든 ‘오!그래놀라’와 ‘그래놀라바’, 국산 쌀로 만든 ‘파스타칩’ 등 총 8종의 제품을 내놨다. 허 부회장은 “농협의 원재료 경쟁력과 국내 유통망 등이 오리온의 해외 사업 네트워크, 제과 기술과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보라/안효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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