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大 산학硏 본부장 구속
10년간 연구비 21억 빼돌려
공무원엔 명절마다 현금봉투

국가자격 시험 채점위원 땐
직접 답안 고쳐 동생 합격시켜

연구소에 가짜 연구원을 등록시키고, 허위 용역 계약을 맺는 등의 방법으로 수십억원을 빼돌린 서울의 한 대학 산학협력단 연구소 본부장 김모씨(52·교수)가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용역을 따기 위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국가공인시험 채점 중 답안지를 수정해 친동생을 합격시키는 등 온갖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 소재 유명 대학 산학협력단 연구소 본부장인 김씨를 21억원의 연구비 유용·뇌물 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고 2일 발표했다. 김씨에게서 2000여만원씩 뇌물을 받은 기상청 공무원 2명 등 9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0년에 걸쳐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 가장 큰 것은 연구비 유용. 실제론 연구용역을 하지 않으면서도 특정 법인과 계약을 맺은 것처럼 신고해 연구용역비를 유용하거나, 가상의 인물을 연구소 직원으로 등록해 월급을 빼돌리는 등의 방식으로 총 875회에 걸쳐 21억원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산학협력단 구조상 연구소 본부장에게 직원 선발이나 운영의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지는 것을 악용한 것”이라며 “용역당 30만~1000만원까지 빼돌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유용한 돈 대부분은 자녀 유학비와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
김씨는 또 용역을 수주하기 위해 기상청 공무원 2명에게 4000여만원의 뇌물을 줬다. 이 역시 10년간 꾸준히 이뤄졌다. 연구소 팀장급 직원을 시켜 명절이나 연휴 때 100만~200만원이 든 현금 봉투를 퀵서비스로 전달하거나 직접 방문해 건네기도 했다. 김씨는 다른 공직유관단체 관계자에게도 용역 수주 대가로 2000만원어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기간 특정 분야 용역을 수주하기 위해 토목기사 등 국가기술자격증을 불법 대여하고 연 350만~5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국가기술자격법 위반이다.

시험 채점 비리도 드러났다. 2014년 6월 실시된 제1회 국가공인 원가분석사 자격시험의 채점위원이 된 김씨는 시험이 끝난 뒤 제출된 답안지를 직접 수정, 재채점하는 방식으로 친동생을 합격시켰다. 시험 시행 초기라 관리감독이 허술한 틈을 타 일을 벌인 것이다. 경찰은 이 시험의 채점위원장 역시 자신의 딸을 같은 방식으로 합격시킨 것을 확인해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