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통상전쟁 후폭풍
이달에만 40원 치솟아
물가상승만 부를 가능성

불안한 원·달러 환율이 올 하반기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은 가격경쟁력을 높여 국내 수출기업들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은 단기간에 상승 속도가 가파르고 격화하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에서 촉발된 탓에 마냥 반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오히려 세계 교역량 위축에 따른 수출 감소가 우려되는 데다 물가 상승만 부추겨 내수 위축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원70전 내린 달러당 1114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원·달러 환율이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달러당 1120원대로 뛰어오른 데 따른 되돌림 현상에다 월말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온 영향이다.

이날 하락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40원 가까이 치솟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로 슬금슬금 오르던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세로 고조되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미·중 무역 마찰로 신흥국 통화 가운데 원화 가치가 특히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NG그룹은 올해 말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8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봤고,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달러당 1160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파른 환율 상승은 내수에도 좋지 않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마저 급격하게 약세로 돌아서면 수입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연쇄적으로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면 소비는 더 움츠러들게 된다.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가 더 침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하반기 급격한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최근 3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그치는 등 고용이 침체된 상황에서 내수 위축과 수출 감소까지 맞물리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 중후반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민간연구소들은 우려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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