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취재진 500여명 입국장 몰려 "대한민국 축구 파이팅!' 환호
해단식 도중 대표팀 향해 날계란과 베개 날아들어 '눈살'

"인형 좀 이승우 선수에게 전해주세요.

", "대한민국 파이팅! 아시안게임 파이팅!"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졸전을 펼치고 돌아온 태극전사들에게 '호박엿'을 던졌던 성난 팬심은 4년 만에 응원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비록 1승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의 결과는 똑같았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서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투혼의 2-0 승리를 거두고 귀국한 태극전사에게 팬들은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말을 전했다.

러시아 월드컵 일정을 마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입국했다.

500여 명의 팬들은 대표팀을 태운 비행기가 도착하기 2시간여 전부터 손흥민(토트넘), 조현우(대구), 김영권(광저우 헝다) 등 러시아 월드컵을 빛낸 스타 선수들을 직접 눈으로 보려고 일찌감치 입국장을 찾아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경쟁했다.

중고 소녀팬부터 나이 지긋한 중년의 '올드팬'들까지 대표팀 해단식 자리를 지켰고, 국내외 취재진까지 몰려 입국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태극전사들의 입국 분위기는 4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2014년 브라질 대회 당시 1무2패의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귀국하자 일부 팬은 입국장을 나오는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을 향해 조롱의 뜻이 가득 담긴 호박엿을 던졌다.

일부 팬들은 '근조. 한국축구는 죽었다'라고 검은 글씨로 쓰인 플래카드를 펼쳤고,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쫓기듯 인천공항을 떠나야 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르고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1승 2패로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1, 2차전 패배 때까지 태극전사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한국축구의 투혼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허무하게 당해서다.

하지만 독일과 최종전에서 민심이 바뀌었다.

16강 진출을 향한 '1%의 기적'에 도전한 태극전사는 후반 추가시간까지 합쳐 100분 이상을 쉼 없이 달리면서 마침내 2-0으로 승리를 따내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경기 종료 직전 체력이 모두 소진된 상황에서도 무려 50여m를 전력 질주해 끝내 골을 터트린 손흥민의 모습은 대표팀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투혼 DNA'를 되살려냈다.

'전차군단' 독일의 조별리그 탈락을 끌어낸 태극전사의 모습에 팬들은 비록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큰 박수를 보냈고, 대표팀을 향한 호의적인 분위기는 입국장으로 이어졌다.

대표팀이 입국장에 나오기에 앞서 한 팬이 "대한민국 축구 파이팅! 정몽규는 사퇴하라"고 외치자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팬은 "오늘은 축하만 해줍시다.

독일도 이겼잖아요"라며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입국장에 나온 고등학생 이예빈(18)씨도 "멕시코전에서 손흥민이 골을 넣었지만 져서 슬펐다"라며 "독일전에서 2골을 넣고 세계랭킹 1위를 이겨서 통쾌했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소녀팬은 취재진에게 "이승우 선수에게 대신 전해주세요"라며 인형을 건네기도 했다.

마침내 입국장의 문이 열리자 뜨거운 환호성과 함께 휴대전화로 선수들의 모습을 담으려는 팬들의 뜨거운 열기가 이어졌고, 팬들은 "잘했다"라고 외쳤다.

해단식이 진행되는 동안 팬들은 꽃다발과 선수에게 줄 선물을 들고 까치발을 하며 태극전사들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선수들도 환한 미소로 팬들의 환대에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다만 일부 팬이 해단식이 진행되는 동안 손흥민이 인사말을 하기에 앞서 날계란을 투척해 단상에서 깨지는 볼썽사나운 광경도 연출됐다.

또 날계란과 함께 유니언잭 문양이 새겨진 베개들도 함께 날아들어 선수들이 잠시 당황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