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도깨비’ 성공의 주역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감독이 다시 한 번 손을 잡았다.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김민정, 변요한 등 멀티캐스팅을 완료한 tvN 새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통해서다.

‘미스터 선샤인’은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기억해야 할 무명의 의병을 소재로 삼았다. 노비, 백정, 아녀자, 천민 등으로 살아가던 그들이 원한 단 하나는 돈도 이름도 명예도 아닌 제 나라 조선의 주권이었다. 드라마는 흔들리고 부서지면서도 엄중한 사명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는 이름없는 영웅들의 유쾌하고 애달픈, 통쾌하고 묵직한 항일투쟁사다.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조국을 빼앗겨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장렬히 죽어가던 시대에 ‘미스터 선샤인’은 가장 뼈아픈 근대사의 고해성사다.

제작비 400억의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와 방영권 판매 계약을 마쳤다. 일각에서는 판권 판매 수익만 300억원 안팎으로 사상 최대 드라마 판매액 공시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 뿐만아니라 세계에서도 주목하는 대작인 탓에 각종 우려와 관심이 동시에 모이고 있다. 출연진들에게 관전포인트를 직접 들어봤다.

◆ 연기의 신 '뵨사마'와 충무로의 신데렐라 '태리야끼'의 만남

‘미스터 선샤인’에는 무려 20세의 나이차를 극복한 남녀주연배우들이 등장한다. ‘아이리스’ 이후 9년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이병헌과 충무로의 신데렐라 김태리가 주인공이다.

극중 이병헌은 노비였던 신분을 박차고 미국으로 건너가 검은 머리의 미국인으로 살게 된, 미 해병대 대위 유진 초이(Eugene Choi) 역을 연기한다.

이병헌은 "이응복 감독,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라는 이유에서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는 사실 TV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영화를 계속 해왔지만 늘 드라마에 오픈된 마음이었다. 그래서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병헌은 “드라마의 시놉시스만 들어도 흥미롭다고 생각이 들었다.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를 담은 작품은 많지 않았다. 캐릭터도 아주 미국 사람이다. 조선시대에서 애국자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에 반감이 크고 복수의 대상이기도 한 아주 독특하고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다”고 매력을 꼽았다.

'미스터 선샤인' /사진=최혁 기자

데뷔 이후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하는 김태리는 청초한 외모와 달리 강인한 속내를 지닌 조선 최고 명문가의 ‘애기씨’, 사대부 영애 고애신 역을 맡아 안방극장 점령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극중 캐릭터에 대해 “최고 명문가의 자제이면서도 조선을 구하는 투사로 활동하는 인물”이라며 “누군가에게 강요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 묵묵히 걸어나가는, 불꽃 같이 살고자 하는 강인한 여성”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첫 작품부터 김태리는 ‘연기의 신’이라 불리는 대선배 이병헌과 호흡하게 됐다. 김태리는 "너무 좋은 선배들과 작업을 해왔다. 부담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그보다 축복인 일은 없는 것 같다. 단지 제가 선배님을 못 따라가면 어떡할까, 연기적으로 못 미치면 어떡할까라는 고민은 한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이병헌과 세대차이는 나지 않냐는 질문에 "편하게 대해주셔서 불편하거나 그런 점은 없다. 항상 본인이 응원한다고 말씀해주신다. 즐겁게 해주셔서 재밌게 촬영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김태리에 대해 "정말 깜짝 깜짝 놀란다. 훌륭한 연기를 해내고 있다. 물리적 나이차는 당연하지만, 실제 연기에서 그런 것들이 의식되거나 신인이라는 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아주 좋은 감성을 가진 좋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캐릭터 열전

'미스터 선샤인' /사진=최혁 기자

‘미스터 선샤인’에는 이병헌, 김태리 외에도 영화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이들은 김은숙 작가의 글을 통해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유연석은 이 드라마에서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흑룡회 한성지부장에 오른 인물이자 조선 최고 사대부 애기씨 고애신(김태리 분)을 만나기 위해 조선으로 돌아오는 구동매 역을 연기한다.

그는 "멜로 캐릭터 할 때와 외향적으로 다른 캐릭터다. 일본 의상도 입고 턱수염도 붙여 가면서 촬영을 한다. 언제 죽어도 두렵지 않은 그런 삶을 사는 인물의 눈빛, 행동을 표현하는데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겉모습은 다르지만 예전 작품들과도 닮아 있다고 생각된다. 짝사랑을 할 때 저를 팬들이 좋아했던 것 같은데, 애신과 신분격차 때문에 아픈 사랑을 하게 된다.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민정은 '미스터 션사인'에서 젊고 아름다운 미망인 호텔 '글로리' 사장 이양화, 쿠도 히나 역으로 나선다. 치명적이고 도도한 매력으로 조선의 권력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다. 당초 김사랑이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하차하고 김민정에게로 배역이 돌아갔다.

"10년만에 대본을 읽으며 설레는 느낌을 받았다”는 김민정은 동료 배우들과 촬영에 대해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는 "이렇게 촬영이 시작된 작품에 참여하는 것은 저도 처음이다. 그래서 다른 느낌, 다른 설렘, 떨림이 있더라. 배우로 한걸음 더 발돋움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변요한은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룸펜이자 고애신의 정혼자인 김희성 역을 맡는다.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은 분장이 아니라 캐릭터를 위해 직접 길렀다.

그는 "2년여 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출연 당시에도 길렀다. 수염을 기르며 느낀 게 작품에 대한, 캐릭터에 대한 마음가짐이 1차적으로 달라지더라. 수염으로 감성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극중 10년 전의 모습에서 수염이 없다. 달라진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큰 도움이 됐다. 저와 캐릭터의 불안하고 방황하는 그런 마음을 담았다"면서 "사실 면도할 때 아프지 않아서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400억 들여 만든 의병 이야기

묵직한 스토리, 색다른 캐릭터, ‘미스터 선샤인’은 흥행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유연석은 작품에 출연하는 데 대해 “사명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이응복 감독은 ‘의병’을 소재로 한 이유로 “앞서 ‘태양의 후예’, ‘도깨비’가 너무 잘 됐다. 김은숙 작가와 얘기를 했는데 돈이 많이 들더라도 의병 이야기를 다뤄보자고 했다. 남들이 다루지 않은 시대에 대한 부담감이 있지만 제작사, 스태프들과 행복하게 촬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로 방영되는 점에 대해 “글로벌을 의식한 콘텐츠가 아니라 국내 시청자들을 위한 작품이었다. 잘 만들었으니 사간 것 같다”며 “더 많은 시청자가 볼 수 있게 되어 좋다”고 수줍게 말했다.

이 감독은 그러면서 “각 나라마다 근대화의 과정에서 외세의 침입을 받고 항거하는 보편적인 정서가 있는 것 같다”며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하는 세계 시청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병헌은 “역사와 정치적인 의미, 그 시기의 정서를 이해 못하고 아무런 정보 없이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된다. 결국 드라마는 사람을 이야기하고 보편적인 정서, 사람과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역사에 대해 문외한이더라도 충분히 드라마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낸 분들께 누가 되지 않겠다”라며 “제작비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미스터 선샤인’은 오는 7월 7일 토요일 밤 9시 첫 방송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 영상=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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