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새 아파트 '지각 등기' 비일비재
소유권·대출 여부 파악 힘들어…거래 주의해야

서울의 한 재개발 단지. 한경DB

A씨는 올가을 이사를 앞두고 서울 마포구에서 전셋집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집을 알아볼 때와 계약할 때 나타난 집주인이 서로 달라서다. 이 아파트의 등기가 나지 않아 소유권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게 이유였다. 실제 집주인과 서류상의 집주인이 다른 셈이다. 중개업소는 “재개발 아파트에선 흔히 있는 일”이라며 계약을 부추겼지만 A씨는 왠지 꺼림칙해 계약을 물렸다.

◆등기까지 8년 걸린 곳도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택지지구 아파트와 달리 준공 후 소유권보존등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수요자들은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길게는 수년 동안 등기 절차가 장기 지체되기도 한다. 조합의 분담금 정산이나 소송 등 행정상의 변수가 많아서다.

서울 마포구 아현4구역을 재개발해 2015년 입주한 ‘공덕자이’는 3년이 지나도록 이전고시 등 등기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금청산자들과의 소송 및 협상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재개발 당시 강제로 현금청산을 당한 이들이 토지수용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조합을 상대로 수용재결 무효소송을 진행했고 지난해 말이 돼서야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T공인 관계자는 “법원이 청산에 대해서는 무효로 판결했지만 보상금은 양쪽이 합의할 것을 권고한 까닭에 구청에서도 합의 전에는 이전고시를 진행하기 껄끄럽다는 반응”이라면서 “청산자 14명이 200억원에 가까운 보상금을 요구해 조합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합의금이 높아지거나 조합청산 지연으로 사업기간이 더욱 길어진다면 일부 조합원은 추가분담금을 내야할 것으로 현지 중개업소들은 보고 있다.

불광동 ‘불광롯데캐슬’은 5년째 미등기 상태다. 불광4구역을 재개발한 이 단지는 인근 5구역과 중학교 부지 분담금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B공인 관계자는 “분담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근 조합에서 도로부지에 가압류를 걸어둔 상태”라면서 “재개발 아파트는 토지 소유권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이전고시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미등기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등기 절차가 3~4년가량 지연되는 건 일반적이라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말한다. 여러 사람이 갖고 있던 땅을 모아 아파트를 지은 뒤 다시 주인들에게 나눠주는 이전고시 과정에서 분란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다. 2013년 입주한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역시 조합 내부 소송 등을 이유로 입주 3년이 지나서야 등기가 끝났다. 행당4구역을 재개발한 ‘행당두산위브’는 입주 8년 만인 올해 초 소유권보존등기가 완료됐다.

올해 10월께 이전고시를 앞두고 있는 북아현동 ‘e편한세상신촌’은 등기까지 2년여의 시간이 걸렸지만 다른 단지들과 비교하면 빠른 편에 속한다. 교남동 ‘경희궁자이’는 입주 1년 반 만인 8월께 보존등기가 완료될 전망이다. S공인 관계자는 “경찰박물관 이전 협상 등을 이유로 예상보단 늦어졌지만 신화를 쓰게됐다”면서 “1년 안팎에 등기가 나는 재개발 아파트는 드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교남동 ‘경희궁자이’. 전형진 기자

◆매매·전세계약 유의해야
이처럼 등기가 나지 않은 아파트 매매를 하거나 전세계약을 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매도인의 재무상태를 파악할 길이 없는 데다 거래 과정에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서다.

조합원 물건의 경우 종전토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등기를 확인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반분양분은 사정이 다르다. 등기가 없어 매도인의 대출 규모를 확인할 수 없다. 배찬석 아현스타 공인 대표는 “매도인에게 분양계약서 원본이 없다면 은행이 대출을 조건으로 계약서를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면서 “반드시 은행에 문의해 원본을 확인하고 대출규모를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집주인이나 중개업소가 분양계약서를 소유하고 있다면 대출은 없는 상황이지만 이때도 원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여러 사람에게 중복해서 판매하는 이중삼중 거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분양계약 당사자인지 신분증 등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도 빼놓아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통상 미등기 아파트는 향후 보존등기가 나는 시점에 최초계약자(수분양자) 명의로 등기를 했다가 다시 매수자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형태로 거래가 진행된다. 잔금은 5% 내외로 설정해두고 등기 시점에 치르는 게 일반적이다. 사실상 등기 때까지 잔금을 무기한 미루는 셈이다.

계약을 할 때는 특약 등을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불광동 A공인 관계자는 “소유권이전 때 등기 관련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매도인 부담 조건이었다면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조치할지 등에 대해서 계약서에 꼼꼼하게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중개업소들은 미등기전매를 알선하기도 한다. 갑과 을이 거래한 뒤 다시 을과 병이 거래할 때 갑에서 병으로 바로 소유권이 넘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미등기 전매는 양도소득세 등을 탈루하기 위한 행위로 적발시 매도인 또한 처벌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로 미등기 아파트 매매를 께름칙하게 여기는 매수인들이 많은 데다 거래 과정 또한 번거로워 정상 가격보다 할인돼 거래되는 경향이 많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얘기다. 매수인들의 담보대출이 불가능한 점도 거래가 쉽지 않은 원인으로 꼽힌다. 교남동 C공인 관계자는 “등기가 나면 대출이 풀리는 데다 거래도 간단해져 가격이 뛰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임대차계약 때는 더욱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서류상의 집주인은 현재 집주인이 아니라 과거 집주인이기 때문이다. 임대차계약서를 쓸 때도 과거 집주인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 새 아파트의 경우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집주인이 분양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잔금일에 임대인과 동행해 완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특약을 거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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