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조문은 훈장으로 갈음"

JP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 의식
개인적 인연 없고 전례 고려한듯
김부겸 "훈장추서 관례 존중돼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를 찾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한 뒤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23일 별세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문은 훈장 추서로 대신한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유족에게 예우를 갖춰 애도를 표하라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시했다”며 “대통령의 조문은 이것(훈장 추서)으로 갈음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조문을 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는 김 전 총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총리는 5·16 쿠데타를 기획했으며 박정희 정권에서 총리를 맡기도 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군부 독재권력에 영합한 사람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냐’며 서훈조차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 전 총리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개인적 평가도 곱지만은 않다. 문 대통령은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김 전 총리를 두고 “정치는 흐르는 물과 같다. 고인 물은 흐르지 않고 썩는다. JP(김 전 총리)는 오래전의 고인 물”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 역시 생전에 “문재인은 이름 그대로 문제”라고 비판했다.
현직 대통령이 전직 총리가 사망했을 때 조문을 간 전례가 제각각인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남덕우 전 총리 별세 때 직접 조문했지만, 2016년 강영훈 전 총리 빈소는 찾지 않았다. 남 전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재무부 장관, 경제부총리로 발탁한 인연이 있다. 반면 강 전 총리는 육군사관학교 교장으로 재직 시 5·16에 반대해 ‘반혁명장성 1호’로 체포됐다. 앞서 2011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태준 전 총리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전 대통령도 1973년 현대건설 근무 당시 포항제철 제1고로 공사 때 박 전 총리와 함께 일한 개인적 인연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일각의 비판에도 김 전 총리에게 훈장을 추서하기로 한 것은 과거 사례에 따른 것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근 돌아가신 전직 총리 네 분 가운데 이영덕, 남덕우 두 분의 전직 총리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박태준 전 총리는 청조근정훈장을 추서받았다”며 “강영훈 전 총리는 생전에 무궁화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이날 고인의 빈소를 찾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김 장관은 “관례에 따라 역대 국무총리를 지낸 분들에게 훈장을 추서했고, 관례라는 것도 존중돼야 한다”며 “(그동안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를 책임졌던 국무총리 노고에 충분히 감사를 표시해 왔다”고 말했다. 상훈법에 따르면 국민훈장은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 분야에 공을 세워 국민의 복지 향상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한다. 훈장은 무궁화장, 모란장, 동백장, 목련장, 석류장으로 구분되는데 무궁화장은 1등급에 해당한다. 정부는 이르면 26일 국무회의에서 김 전 총리에 대한 무궁화장 수여를 사후 의결할 계획이다.

조미현/배정철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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