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무역전쟁 불사하는 트럼프
중국의 反시장적 문제점 털어내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을 수도"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관세폭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미·중 무역협상을 벌이느라 잠시 보류했던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25%를 부과하는 조치를 오는 7월6일부터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한 중국이 보복을 시사하자 추가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부과 검토를 명령했다. 봉합되는 듯하던 양국 간 무역 갈등이 또다시 불거지자 달러를 제외한 대부분의 통화가치는 하락하고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래 주요 대미 흑자국에 대해 관세부과 위협을 가했고 상대국들은 조금씩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큰 성과는 없었다. 감세와 재정확대 등으로 미국 경제가 호조를 이어가면서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더욱 커졌다. 경쟁사 수입품에 부과된 관세폭만큼 미국 회사들이 제품가격을 올린 탓에 미국 소비자들이 손해를 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무역 갈등이 달러화 가치를 높여서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무역장벽을 높이는데도 무역수지 적자는 커지고 대다수 미국인이 손해를 본다는 점은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아이러니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당장 노선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실업률이 3.8%로 완전고용 수준인 데다 올해 성장률이 2%대 후반에 이를 정도로 양호하다. 미국 업계에서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등 미국에서 트럼프 무역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트럼프의 노림수는 단기적으로는 11월의 중간선거를 의식한 일자리 및 무역수지 개선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의 굴기(起)를 저지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관세부과 대상이 중국의 ‘제조 2025 전략’과 관련된 품목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조 2025 전략은 국유기업과 국유은행을 총동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역량을 갖춰 미국, 독일 등 선진 제조 강국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방 이후 중국은 시장을 내주는 대신 기술을 얻는다는 전략으로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했고 많은 성과를 거뒀다. 그렇지만 상당한 산업 분야에서 여전히 역량 축적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컨대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지만, 토종기업의 엔진 등 핵심부품 기술력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중국 시장을 석권했지만 지식재산권 문제가 선진국 시장 진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과 지식 자산을 쌓기 위해 국유기업을 총동원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공정한 국제경쟁을 해치는 행위다.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경쟁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지는 경기라고 발끈하는 이유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도 이럴진대 미국 이외의 개별 국가가 단독으로 중국을 견제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 중국의 제조업 육성 정책이 중국과의 경쟁도가 높은 한국에 가장 큰 타격이 되고 있지만,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국산 게임과 드라마의 대중 수출은 거의 끊겼고, 차량용 배터리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된 한국계 기업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이 그 자체로는 시장경제 질서에 반하고, 결과적으로 세계교역을 위축시키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의 자국 중심적 산업정책은 훨씬 더 반(反)시장적이어서 트럼프의 압박이 중국의 문제점을 털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미국은 물론 한국 등 중국과 교역하고 경쟁하는 많은 나라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을 ‘자유무역의 적’이 아니라 ‘자유무역의 수호천사’라고 부른다면 상당히 아이러니컬해 보이지만 그런 측면이 있다는 점 또한 강하게 부인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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