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시장 상반기 결산

작년 이어 '뭉칫돈' 유입돼
김환기 빨간 점화 85억 낙찰
서울옥션 612억…사상 최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도
글로벌 미술시장 활황 영향
올 국내 경매 2천억 돌파 기대

한 관람객이 김환기의 빨간색 점화 ‘3-II-72 #220’을 감상하고 있다. /한경DB

서울 청담동 인사동 등 화랑가의 침체 분위기에도 미술 경매시장에는 여전히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미술계에 따르면 미술시장 ‘황제주’로 꼽히는 김환기 열풍으로 국내 양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612억원)과 K옥션(329억원)의 올 상반기 미술품 경매에 총 941억원(낙찰총액 기준)이 유입됐다. 작년 같은 기간(915억원)보다 2.8% 늘었다. 서울옥션의 반기 낙찰총액은 1998년 회사 설립 이후 최대 규모다. 10개 군소 경매회사의 실적을 포함하면 1000억원을 약간 웃돌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나라 안팎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국제 미술시장 활황세에 힘입어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평가받는 유명 화가 작품에 꾸준히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환기·이중섭 그림 신고가 경신

김환기 작품 가격의 급등으로 상반기 경매시장은 김환기 작품이 사실상 주도했다. 올 들어 ‘큰손’ 컬렉터들은 서울옥션과 K옥션 경매에서 김환기 작품 28점을 사들이는 데 모두 230억원을 ‘베팅’했다. 두 회사 상반기 낙찰총액의 24.4%에 달하는 규모다. 그의 1972년 작 붉은 색 전면 점화 ‘3-Ⅱ-72 #220’은 지난 5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85억원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항아리와 시’(39억3000만원), ‘달과 매화와 새’(23억원), ‘남동풍 24-Ⅷ-65’(9억4000만원) 등 반추상화 작품도 줄줄이 고액에 팔려 나갔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김환기가 뉴욕 시절 제작한 전면 점화의 가격 상승세가 파리, 서울에서 그린 반추상화 작품으로 옮겨붙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서보 하종현 윤형근 등 단색화가의 인기가 주춤한 가운데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이대원, 김창열, 임옥상 등 유명 구상작가의 작품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3월 서울옥션 경매에 나온 이중섭의 작품 ‘소’는 47억원에 팔려 박수근의 ‘빨래터’(45억2000만원) 기록을 넘어섰다. 천경자의 ‘놀이’(8억3000만원), 박수근의 ‘앉아 있는 여인’(5억8000만원), 김창열의 1977년 작 ‘물방울 No.L1’(5억원), 이대원의 ‘배꽃’(5억원) 등도 고가 그림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 이후 화단을 지배한 단색화 가격 오름세가 구상화로 옮겨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고미술 거래 활기… 온라인 경매는 주춤

고서화, 서예, 공예품, 도자기 등 고미술품 거래가 시장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서울옥션과 K옥션의 올 상반기 경매에서는 고미술품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3% 늘어난 148억6000만원어치가 팔려 나갔다. 지난 20일 서울옥션의 여름 경매에 출품된 10점의 도자기가 모두 낙찰돼 관심을 모았다. 앞서 5월 K옥션 경매에서는 고미술품 69점 중 61점이 팔려 낙찰률 88%(낙찰총액 17억1670만원)라는 이례적인 성과를 냈다. 고미술품 가격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희귀 매물이 쏟아지면서 수익성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높이 45㎝의 조선백자(25억원), 백자대호(10억5000만원), ‘궁중황계도’(宮中黃鷄圖·6억원), ‘청자상감포류수금문매병’(5억3000만원), 겸재 정선의 ‘회연서원’(3억원), 조선시대 책가도(2억원) 등이 억대 작품에 합류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한 점당 1000만원 미만 중저가 미술품 거래는 주춤했다. 상반기 서울옥션과 K옥션 온라인 경매에서 거래된 그림 판매액은 작년 상반기(130억원)보다 61% 줄어든 80억원에 불과했다.

◆올 경매시장 2000억원대 돌파 예상

시장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유명 화가의 그림에 투자금이 몰릴 것으로 봤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미국과 유럽, 홍콩 미술시장의 호황이 지속되면서 미술품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 국내 경매시장은 최고 활황기였던 2007년(1926억원)을 뛰어넘어 사상 처음 2000억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미술전문가는 “부동산 경기가 하반기 이후 각종 규제로 경착륙할 경우 미술시장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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