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그 오랜 정치역정만큼이나 정치권에 미친 영향력도 크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같은 두터운 가신그룹은 없지만, 'JP 사단'이라 불릴 만큼 그의 후광을 자산 삼아 성장한 정치인도 적지 않다.

충청권, 그중에서도 보수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이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JP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표적으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정우택·정진석 의원과 이완구 전 총리가 꼽힌다.

이들 모두 JP가 이끌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출신의 충청권 정치인이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자민련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한 정우택 의원은 한때 JP의 뒤를 이어 충청권 대표 정치인의 위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기도 했다.

그는 4년간 자민련 정책위의장을 맡았고, 1998년 DJP 공동정부(연립정부) 출범 이후 '자민련 몫'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2002년 자민련 의원들이 대거 탈당할 때도 당을 지키다 2004년 총선 이후에 탈당했다.

지난해 12월까지 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정 의원은 현재 차기 당권 주자로도 거론된다.

대를 이어 JP와 인연을 맺은 정진석 의원은 JP를 '정치적 아버지'로 따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친인 정석모 전 의원은 JP와 공주고 동문이고, 정 의원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자민련 간판으로 당선됐다.

정 의원은 이후 자민련 대변인을 지내며 JP의 입으로 활동했고, JP는 정 의원이 2014년 충남지사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에도 격려 방문을 할 정도 정 의원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정 의원은 김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23일 급히 빈소로 달려가 '준 상주' 역할을 맡았다.

이완구 전 총리는 신한국당으로 국회에 입성했지만 1997년 당적을 자민련으로 옮겼고, 대변인과 원내총무 등으로 활약하며 역시나 JP를 이을 충청권 대표 정치인으로 거명된 적이 있다.
JP는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해 "번개가 치면 먹구름이 낄지, 천둥이 칠지를 아는 사람"이라고 호평할 정도로 그의 안목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국무총리에 올랐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낙마한 이 전 총리는 현재 정치적 재기를 모색 중이다.

1995년 자민련 창당 당시 JP의 특별보좌역으로 정계에 입문한 심대평 전 충남지사도 JP의 그늘에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내리 3선 충남지사를 지냈고, 2007년 보궐선거로 여의도에 입성해 재선까지 하면서 JP 이후 공석이었던 충남의 맹주 자리를 노렸지만 2012년 총선에서 패하면서 정치 일선에서 사실상 물러났다.

재선 의원으로 한국당 최고위원을 지낸 김태흠 의원 역시 'JP 맨'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987년 대선 당시 JP를 돕는 청년조직에서 활동했고, 이후 자민련 당직자를 거쳐 1998년 JP가 총리로 취임하자 총리실 공보과장을 맡아 활동했다.

초선 가운데는 충남 서산·태안이 지역구인 한국당 성일종 의원이 형의 뒤를 이어 'JP 사단'에 속했다.

성 의원의 형으로, 자민련 총재특보단장을 맡아 한때 'JP의 수족'으로 불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성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형의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JP 사단'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충남지사 후보로 나선 이인제 전 의원 역시 JP와 정치활동을 함께한 바 있다.

민자당과 신한국당, 새천년민주당을 거쳐 2002년 자민련에 입당한 이 전 의원은 곧장 자민련 총재권한대행에 임명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12월에는 김 전 총리의 역할과 공적을 기리기 위해 JP의 아호를 딴 '운정회'(雲庭會)가 출범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50여 명이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운정회는 JP의 정치 여정에 함께한 지인들 간 친목 모임의 성격도 띠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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